'아시아발칸' 난사군도 분쟁파고 높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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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난사 (南沙.스프래틀리) 군도가 과연 아시아의 발칸이 될 것인가.

최근 아시아의 화약고 난사군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난사군도의 미스치프 산호초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대립이 또 다시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필리핀 외교부는 시아존 외무장관이 미스치프 산호초 중국 점유 문제를 유엔의 해사 (海事) 법정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사이에 미스치프에 설치한 시설물이 명백한 군사용이란 비난과 함께다.

같은날 상원의 비안조 국방위원회 주석은 중국주재 필리핀대사의 소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난사군도에서 계속되는 중국의 세력확대에 항의하자는 것이다.

이튿날인 30일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중국주재 대사소환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5월로 예정된 중국방문을 난사군도 문제를 이유로 취소했다.

필리핀 해군이 중국과의 일전불사 의지를 불태우며 이미 국제적인 지지획득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12월 10일 미국하원 의원을 필리핀 공군기에 태워 문제의 미스치프 산호초 주위에 정박 중인 중국 군함을 보여주었다.

난사군도 문제를 국제문제로 확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필리핀은 다른 동남아국가연합 (아세안) 국가들에도 난사군도 문제와 관련한 공동전선을 구축, 중국에 대항하자고 제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도 필리핀의 이같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중국 외교부의 왕이 (王毅) 부장조리 (部長助理)가 필리핀을 방문, 회담을 갖고 양국이 서로 신뢰기반을 구축하자는 내용의 연합공보 (聯合公報) 까지 발표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며 필리핀을 비난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의 고위 관리는 지난달 31일 중앙일보에 필리핀이 난사군도 문제를 국제법정에 가져가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복잡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주권관련 문제는 해사법정 관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미국의 개입이다.

이 관리는 "필리핀이 미국에 또다시 군기지를 제공하려는 일부세력의 음모가 난사군도 문제를 다루는 필리핀의 움직임 속에 숨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수 없다" 고 말했다.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경우 난사군도 문제는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 지역 영유권을 주장하는 6개국 (중국.필리핀.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 간의 지역문제에서 세계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일본으로 향하는 원유의 70%가 난사 항로를 이용한다는 점을 들어 일본이 개입할 가능성도 커진다.

난사군도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긴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 난사군도는…

난사군도는 남중국해 동남부에 산재한 약 4백개의 조그만 섬과 암초.환초.모래톱 등으로 이뤄졌다.

분포범위는 80만㎢에 달한다.

난사군도가 문제가 된 것은 70년대부터. 석유 및 천연가스가 적게는 10억t 많게는 1백77억t까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국이 영유권 주장에 나섰다.

중국과 대만, 베트남이 난사군도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반면 필리핀.말레이시아. 브루나이는 일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간간이 관계국이 군사행동에까지 나서 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미스치프 산호초는 지난 95년 중국이 어부들의 바람막이 시설물을 지으며 문제가 됐다.

필리핀이 이를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한 것. 98년 10월과 11월 중국당국이 이 시설물을 보강하자 필리핀은 해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중국측은 필리핀이 지난해에만 11척의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71명의 중국 어부들을 붙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양자간의 회담을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필리핀등 일부 국가는 국제문제화를 꾀하고 있다.국제적 여론을 등에 업고 중국에 압박을 가하자는 계산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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