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나토 지상군 투입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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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습만으로는 유고를 굴복시키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내에서 확산되면서 지상군을 코소보에 투입하자는 주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마케도니아에서 미군 3명이 유고군에 생포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지상군 투입 필요성이 강력 제기되고 있다.

나토 사령부는 공습만으로는 사태해결이 어렵다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 있다.

웨슬리 클라크 나토군 총사령관은 1일 "공습만으로는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들에 대한 유고 병사들의 살육행위를 저지할 수 없다" 며 "제한된 지상군을 투입해 코소보 일부지역에 '안전지대' 를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고 밝혔다.

나토 주재 일부 고위 외교관들도 투입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음을 시사했다.

나토가 이처럼 지상전 확전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공습으로 얻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1천7백회 이상 전투기가 출격하고 1백기 이상의 크루즈 미사일을 쏟아부었음에도 유고는 굴복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나토의 유고 공습은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한 탄압중지' 를 이루기는커녕 알바니아계의 대량추방이라는 부작용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이 지고 있다는 극언도 들린다.

때문에 탈출구는 지상전을 통한 '최종해결' 밖에는 없다는 인식이 미국.영국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

처음 코소보사태 개입조차 반대했던 일부 미 공화당 의원들까지 "이제는 지상군 파병만이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 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 소속 제임스 루거 의원은 지난 1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코소보내 학살방지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전투는 미국이 진 것" 이라고 주장하고 "이는 클린턴이 처음부터 지상군 투입을 배제했기 때문" 이라고 힐난했다.

여론도 선회하고 있다.

영국 유력 일간지인 더 가디언 산하 여론조사 전문기관 ICM이 지난달 30, 31일 영국인 9백58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지상군 파견을 지지한다고 답해 1주일전 조사 당시의 39%에 비해 지지여론이 확산됐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클린턴은 여전히 '지상군투입 절대불가' 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피 흘리는 지상전을 두려워하는 그의 전쟁정책을 두고 '클린턴 독트린' 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전략전문가의 글이 워싱턴 포스트 등 유력지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음에도 그의 입장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

클린턴은 1일 버지니아주 노포크 해군기지를 방문, "유고측의 미군 생포에도 불구하고 공습작전을 계속 밀고 나갈 것" 이라며 지상군투입 가능성을 분명하게 부인했고, 코언 미 국방장관도 '기존 계획' 을 강조했다.

솔라나 나토 사무총장도 "지상군을 파병하려면 최소 20만명이 필요한데 나토 동맹국들이 이런 병력을 코소보에 배치할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다" 고 잘라 말했다.

코소보 남부에 제한된 군사작전을 펼 경우에도 초기에는 3만~4만명으로 가능하지만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그 두배 병력이 필요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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