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덫' 주제곡은 공학박사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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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사랑을 믿는다는 게/죄라면 또 죄겠지만/가슴 속 남겨놓았던/바보 같은 미련 때문에/사랑이 사랑을/배반하고 증오하도록/나는 보고만 있네. ' PC통신에 SBS '청춘의 덫' 테마곡에 대한 문의가 빗발친다.

'얼마나 다짐했었는데…' 로 차분하게 시작되는 이 곡은 '증오란 이름의 독은/내 혈관 속에 흘러' 란 대목을 돌면서 비트가 빨라지다가 마지막 되풀이 부분에선 윤희의 독기 서린 표정이 그대로 녹아내린다.

작곡자는 안지홍 (39). 이력이 놀랍다. 고려대에서 금속공학을 공부하고 미국 일리노이드 주립대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공학박사 출신. 귀국 후 삼성반도체 64MD램 개발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특허상도 수차례 받았을 만큼 두각을 보였지만 92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김광민씨와 밴드를 조직했던 대학시절을 잊지 못해서가 아니다. 음악에서 더 큰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가 일반 대중음악의 10분의 1에 불과한 제작비와 촉박한 제작기간 등 열악한 조건에도 '제3공화국' '홍길동' 등의 방송음악에 매달리는 이유도 각별하다.

"국내 음악시장은 폭이 좁아요. 클래식 아니면 대중음악이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르들이 설 자리가 충분치 않아요. " 방송음악은 이 점에서 실험의 장이라는 것.

"아랍음악과 록을 결합시키면 '몸이 꼬일 만큼' 우스운 분위기가 나와요. 코미디엔 그만이죠. 미국에서 만난 제3세계 음악인들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 영상과의 궁합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 '청춘의 덫' 은 대본이 나오기 전에 썼어요. 녹화장면이 없어 '진정한 복수는 과거를 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란 작가 얘기만 듣고 만들었어요. " 리메이크 드라마라 쉽지는 않았다는 고백. 복고풍이 느껴지면서도 식상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4분의 3박자로 시작하다가 후렴에서 짝수 박자로 속도를 높인 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드라마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어요. 차갑고 독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가창력 있는 신인 가수를 과감하게 기용한 것도 좋았고요. "

노래를 부른 지수 (22.본명 안수지) 는 현재 성신여대 지리학과 3학년생. 다음달쯤 솔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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