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단체에 '줄대기'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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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외국 기업.자본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 주한 외국기업 단체에 가입하려는 국내 기업.단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경제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가속화할 전망이다.

주한 유럽연합 (EU) 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내국인 회원사들을 처음 받아들인 이래 그동안 70여개의 국내 업체들이 발빠르게 가입을 신청했다.

지난해 말 LG화학과 효성.한국타이어.삼양사 등에 이어 올들어 한솔PCS.보르네오 가구 등 중견 업체들도 가입을 신청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금융기관과 지방 자체단체들. 금융권의 경우 지난해 말 하나.한미은행에 이어 올들어 외환.신한은행 등이 유럽연합상의 회원사로 가입했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강원.경남도와 광주.부산.울산시 등이 회원이 됐으며 전남 등 다른 지자체도 가입을 서두르고 있어 올 연말까지는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거의 모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외국기업단체에 가입하려는 것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 및 투자가들과의 연대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단체들의 가입이 러시를 이루자 EU상의는 한달에 한번씩 가입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고 있으며 가입자격을 전경련 회원사, 또는 유럽에 진출했거나 의사가 있는 기업에 국한하는 등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금융회사들은 '퇴짜' 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EU상의 관계자는 "유럽 지역의 기업과 각국 대사.상무관들이 정회원으로 돼 있어 이들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정보를 얻으려는 한국 기업과 단체들이 회원 가입을 서두르는 것 같다" 고 설명했다.

특히 EU상의가 한달에 한번 정도 국내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하는 간담회의 경우 일부 장관이나 경제계 인사들이 먼저 간담회를 요청하는 바람에 스케줄 조정이 어려울 정도라는 것. 유로상의보다 훨씬 개방적인 주한 미상의 (AMCHAM)에도 전북.경남.경북.제주도 등 지자체 가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암참의 태미 오버비 수석부회장은 "최근 정책 입안자들이 참고 자료수집을 위해 가입을 타진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들은 자산매각을 위한 중개를 문의하기도 한다" 고 말했다.

한편 정계인물로는 국민회의 김민석 (金民錫) 의원이 미상의 및 유럽연합상의에 특별 회원으로 가입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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