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에 사는 鄭모 (35) 씨는 요즘 출퇴근길이 짜증난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나홀로' 출퇴근 차량이 눈에 띄게 줄어 집에서 서울시청 근방의 직장까지 40분이면 충분했지만 최근엔 1시간도 더 걸리기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출퇴근길 차량만 보면 경기가 풀리고 있는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
鄭씨의 '체감 경기' 는 최근 객관적인 통계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경기지표뿐 아니라 앞으로 6~7개월 후 경기에 대한 전망도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바닥이 이미 지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최근 경기지표 호전은 장기 불황 후 나타나는 일시적 반등현상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아직은 국내경제의 기초체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 경기지표 동향 = 생산.출하 등 주요지표의 호전추세가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선도업종에 이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생산은 4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연속 5개월 상승하던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2월 들어 0.2%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는 일시적 숨고르기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통계적으로만 본다면 현재 경기수준을 알려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바닥을 쳤던 지난해 8월께가 경기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통계청 입장이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당초 2% 정도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4% 안팎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정부에 비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한국은행이 30일 경제차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올해 성장률이 "상당폭 플러스일 것" 이란 전망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 앞으로의 전망 = 대표적인 지표가 경기실사지수 (BSI) 다. 이 지표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앞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나빠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자의 숫자를 지수화한 것이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사람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BSI지수는 현재 한국은행.산업은행.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4개기관에서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 조사결과를 발표한 한은.산은.대한상의 등 3개 기관의 올 2분기 BSI 예측치가 동시에 100을 넘어섰다.
BSI는 IMF사태 직전인 97년 하반기 이후 100 이하로 떨어진 뒤 기관별로 40~60대에서 맴돌았으나 지난해 4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올 1분기에는 70~80대로 올라섰다.
또 앞으로 5~6개월 후의 경기수준을 가늠케 하는 경기선행종합지수 (전월비) 도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 행진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70~80대이던 BSI가 한 분기만에 100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은 처음" 이라며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그만큼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 설명했다.
◇ 최근 경기에 대한 전문가 진단 = 경기 바닥을 지났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복의 강도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외 충격이 없이 이대로 가면 하반기에는 경기과열의 위험이 있다" 는 사람 (김준일 재경부 자문관) 도 있지만 "나아지고 있으나 받쳐주는 힘이 약하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는 진단도 많다.
한편으론 올해 경제성장은 지난해와 달리 수출이 아니라 내수가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내수가 투자보다는 '반짝 소비' 에 의해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으로 지적된다.
김주형 LG경제연구소 전무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회복되지 않은데다 시설과잉조차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경기가 급속도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며 "건설경기 부양도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