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과잉설비 해소조짐…장기투자 채비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투자자를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단기매매를 하는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투자를 하는 그룹이다.

대강 계산해 보니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의 회전율은 3.5였다. 평균 3~4개월에 한번 꼴로 사고 판 셈이다.

장기투자는 좋고 단기매매는 나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덤비거나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택하면 귀중한 재산으로 '투기' 를 하는 것이다. 투기는 어떤 경우에도 삼가야 한다.

<증시레이더> 는 매주 쓰기 때문에 대개 지난 주를 정리하고 다음 주를 내다본다. 자연히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긴 흐름속에서 판단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흔히 말하는 '단기조정' 이 자신의 투자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각종 경제지표들은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예로 내수용 소비재 출하와 함께 도소매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판매의 급격한 증가는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단적인 증거다.

설비 및 건설투자는 아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중이고 공장가동률이 외환위기 전보다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최근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감소, 과잉설비가 해소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경기회복은 반도체 등 일부 부문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반적인 추세라는 것이 삼성증권 신동석 대리의 판단이다.

문제는 부채상환에서 큰 진전이 없는 것이다. 5대그룹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302%로 97년말의 442%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산재평가를 제외할 경우 433%로 증가,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98년 자금순환을 보면 지난해 4분기중 기업의 부채가 소폭 (4.5%) 이나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회복되면 주가는 당연히 오를 것이다. 지금까지는 낮은 금리가 주가를 올리는 주요 변수였다면 이제부터는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경영성과를 가늠해 투자하는 사람은 단기에 일어나는 주가변동에는 지나치게 신경쓸 이유가 없다. 엔이나 위안의 갑작스런 폭락, 유상증자로 인한 물량공급까지 무시해도 좋을지 모른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