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準내전…군탱크 수도 진주, 비상사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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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파라과이가 내전을 방불케 하는 혼란에 휩싸였다.

루이스 마리아 아르하나 부통령 암살 직후 수도 아순시온에는 유혈충돌이 발생하고, 의회가 라울 쿠바스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쿠바스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 중인 가운데 미 국무부는 26일 미 국민들에게 파라과이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 충돌 = 쿠바스 대통령 지지세력이 26일 밤 시위대를 향해 발포, 2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현지방송들이 전했다.

이들은 시위대 1만여명이 의사당을 에워싸고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인근 건물 옥상에서 실탄을 발사했다.

AP통신은 사흘동안 파라과이 전역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최소한 6명 이상이 숨지고 1백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27일 새벽 아순시온에는 북쪽에서 진주한 수천명의 군병력과 8~40대의 탱크가 배치되기 시작했다.

군 소식통은 "시위대간의 충돌에 군이 아직 개입하지 않고 있다" 고 전했으나 대통령궁 대변인은 비상사태 선포를 시사했다.

◇ 배경 = 아르하나 부통령이 23일 오전 출근길에 군 위장복 차림의 괴한 2명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암살된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 대법원장.외무장관 출신의 아르하나는 집권 콜로라도당 소속이면서도 쿠바스 대통령의 강력한 정적 (政敵) 으로 꼽혀왔다.

◇ 향후 전망 = 35년간 독재 끝에 지난 89년 민주화로 복귀한 파라과이는 10년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파라과이 하원은 부통령 암살 다음날인 24일 쿠바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초점은 상원 (45석) 이 탄핵안을 추인할 것인가 여부. 이번 주말까지 상원이 탄핵을 결정할 경우 쿠바스 대통령은 권좌에서 축출되며 서열 3위인 루이스 곤살레스 마치 상원의장이 권력을 승계하게 된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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