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유일 연극전용극장 유시어터 개관작 '햄릿'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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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서울 강남지역의 유일한 연극전용극장 '유시어터' 가 내달 20일 개관 첫 작품으로 '햄릿1999' 를 무대에 올린다. 이 극장은 '연극의 섬' 대학로가 아닌 청담동에 지어지는 특색 외에 연극인 유인촌 (46) 씨가 30억원에 이르는 사재를 털어 자신의 평생 꿈을 담은 장소로 화제를 모은 곳.

첨단 조명.음향 시설을 갖춘 가변형 무대로 2백50석 규모의 소극장이다. 설계는 대학로 라이브극장 등을 설계한 건축가 승효상씨가 맡았다.

90년대 초반 실험극장이 연극 불모지인 강남에 들어섰다 2년도 안돼 실패한 적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유시어터' 의 도전은 모험이다. 게다가 공연장의 완벽성을 추구하느라 투자비에 비해 객석의 수가 적은 것도 부담이다.

이런 악조건을 잘 아는 유인촌씨는 "운영이 정 안되면 공공기관에 극장을 기부할 수 있다" 는 생각까지 밝혔다.

어쨌든 첫 작품 '햄릿1999' 이 강남 연극1번지 '유시어터' 의 패기찬 도전의 선두에 선다. 첫 작품인 만큼 이를 통해 얼마나 극장 인지도를 높이느냐가 '유시어터' 의 앞날을 가늠할 듯.

우선 이 작품은 출연진과 스태프가 화려하다. 가장 햄릿다운 연기자로 평가받는 유인촌 (햄릿 역) 과 극성 (劇性) 이 넘치는 연극이 장점인 연출가 김아라씨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여기에 독특한 카리스마를 갖춘 이혜영 (거트루트 역) 이 출산후 첫 출연하고 영화 '쉬리' 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최민식이 레어티즈 역을 맡는다.

언제나 연극을 고향이라 생각하는 최민식은 97년 '택시드리벌' 에 이어 2년만의 컴백무대. 이밖에 '은행나무침대'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진희경이 오필리어 역으로 연극무대에 데뷔하는 것을 비롯 방은진.권성덕.정규수 등 연기파들이 대거 출연한다.

박동우 (무대미술).변창순 (의상).김기영 (음악) 등 스태프들도 국내 정상급으로 포진했다.

작품의 설정도 신선하다. 줄거리는 원작 '햄릿' 을 근간으로 하되 배경은 세기말에 놓인 한국. 햄릿은 우리 근대 정치사에서 행동하지 못한 한 지식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연출가 김아라씨는 "20세기말이란 시간적 상황에서 그 간 숱한 정치딜레마를 겪어온 우리들의 모습을 햄릿을 통해 관찰하고 정리하는 무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인촌은 함축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독백 연기를 통해 지식인의 고뇌를 철저히 파고들 계획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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