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극단 차이무 '통일 익스프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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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북한은 더이상 머나먼 '저쪽' 나라가 아니다. 쉬리.금강산, 그리고 비명에 간 김훈 중위 등 영화로, 관광지로, 그리고 뉴스의 뜨거운 소재로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우리 현실에서 멀어 보인다.

'체제 대 체제' 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의 남북한과 어떤 가까운 미래에 느닷없이 닥칠지도 모르는 통일을 생각케 하는 연극 한편이 막을 올렸다.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4월25일까지 계속되는 극단 차이무의 '통일 익스프레스' 가 바로 그것. 02 - 762 - 0010.

사회비판적인 발언을 많이 담았던 극작가 오태영과 연출가 이상우가 만난 이번 작품은 일단 기발한, 하지만 있음직한 소재의 선택으로 눈길을 끈다. 분단의 장벽 이쪽과 저쪽을 은밀히 넘나드는 민간인들의 내통과 음모가 상상력의 출발점이다.

'익스프레스' 는 하루라도 빨리 '저쪽' 으로 갈 수 있는 급행 요금을 의미한다.

작품의 배경은 분단이 만나는 군사 분계선에 위치한 '조통면옥' . '통행료 일제 반액 대매출' 이라는 플래카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쪽에서 저쪽, 저쪽에서 이쪽을 은밀하게 연결해주는 곳이다.

전라도 사투리가 걸쭉한 이곳 주인 우보 (민경진 분) 는 겉으로만 통일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분단을 이용해 부당 이익을 챙기는 인물이다.

저쪽의 군인 갑산 (박원상 분) 과는 땅굴이나 쥐구멍으로 연결돼있다. 우보 - 갑산 루트를 통해 저쪽에서 내려온 조통면옥 점원 옥화 (전혜진 분) 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통일을 위한 일인 줄로만 알고 실제로는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들에게 이용 당하고마는 인물이다.

여기에 정부와 재벌로 대표되는 인물이 한데 얽혀 엎치락 뒤치락하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어우러져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한다.

특이한 소재와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 장면이 재미를 주지만 다소 비약해버린 무거운 결론이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의 뒷덜미를 잡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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