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너를 위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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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남조(1927~ ) '너를 위하여' 부분

나의 밤기도는/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중략)
너를 위하여/나 살 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나의 사람아



청교도적인 맑은 피가 흐르는 사랑시. 너 있으므로 내가 사는 삶은 얼마나 값진 삶일까요. 눈이 내리는 먼 하늘 달무리를 쳐다보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불러본 적 있는지요. 부나 권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런 사랑 하나쯤 남겨둘 일입니다. '로마여, 사랑이 없으면 너는 로마가 아니다'라는 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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