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 “노동시장 유연하니 아이도 많이 낳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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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성이 직장을 가지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념이었다. 아이를 낳으면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7일 여성이 직장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아이도 많이 낳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영국·덴마크·노르웨이 등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60%가 넘는 국가의 합계출산율은 1.8명 이상으로 OECD 평균(1.65명)을 웃돌았다. 여성이 직장을 갖는 비율이 40%대인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은 합계출산율도 낮았다. 한국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58% 수준이지만,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꼴찌다.

KIEP는 출산율이 터키와 멕시코에 이어 3위인 미국(2.1명)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직장에서 고용보장도 잘 안 되고, 별다른 출산 장려책도 없다. 그런데도 최고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것은 노동시장이 유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IEP 손기태 부연구위원은 “여성들이 출산 후 쉽게 재취업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출산 여성에 대해 별다른 특혜를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업들로 하여금 여성 고용을 기피하지 않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출산 휴가를 많이 주거나 세제혜택, 출산장려금 같은 금전적 이득을 늘리는 것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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