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짚었다 … 서울 비강남권 중소형에 수요 몰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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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락했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들은 올 들어 크게 오르며 상당수 단지가 금융위기 이전 시세를 회복했다. 전셋값도 급등했다. 서울 송파구 내 한 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매전세 시세를 한 주민이 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인천시 경서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5월 분양받은 청라지구 아파트를 팔겠다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부동산중개업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 남자는 146㎡형(약 44평형) 아파트 분양권을 5700만원의 웃돈을 받고 팔기로 했다. 청라지구 중대형 아파트는 계약 후 1년간 되파는 게 금지되지만 이런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5일 오전 대구시 대실역 인근의 아파트 견본주택. 주말인데도 견본주택 안은 썰렁하다. 7월 실시된 청약에서는 214가구 모집에 4명만 신청했다. 공기업인 대구도시공사가 원가 수준인 3.3㎡당 600만원대에 분양했지만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은 다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돈 되는 부동산’으로만 쏠렸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로 급락했던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는 규제 완화 기대감에 급등했고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훨씬 저렴한 일부 청약현장에는 투자 열풍이 불었다. 반면 별다른 호재가 없는 지방 시장은 응달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적 온도 차는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짚었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실물경기 회복세에 안도한 실수요자들이 최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지방에도 미분양이 줄고 일부 청약 현장에는 다시 주택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후유증인 공급 부족 우려가 오히려 시장 회복에 힘을 보탰다. 금융위기로 자금난을 겪게 된 민간 업체들이 주택사업을 꺼리면서 공급량이 급감했다. 최근의 전셋값 품귀는 주택 공급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2010~2011년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00여 가구에 불과한 서울 강남권의 공급 부족이 특히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수급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집값은 하락보다는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주택 구매력과 직결되는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아직 아니다. 여기다 정부가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7일부터 수도권 전역에 확대된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는 시중 자금의 주택 시장 유입을 막고 있다.

그렇다고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기도 어렵다. 대출 규제는 투기 수요를 걷어 낼 뿐 실수요까지 위축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GS건설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실물경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반적으로 올 연말까지 집값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 비강남권 중소형 아파트가 새롭게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

국민은행 박 팀장은 “비강남권 중소형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3대 변수인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구매력 한계가 만나는 접점인 셈”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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