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BC화제작 '사랑과 성공' 작가 김진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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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시청률 경쟁' 은 흔히 우리 방송을 망치는 극약으로 간주된다. 선정.폭력성을 비롯한 모든 방송의 폐해가 시청률 문제로 귀착되곤 한다.

첫 집필한 미니시리즈 '예감' (97년 방영)에 이어 이달 초 막을 내린 MBC주말드라마 '사랑과 성공' 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화제에 오른 작가 김진숙 (34) 씨. 두 드라마 모두 4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순위 1.2위에 올랐지만 작품 설정과 내용이 시청률 경쟁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씨를 만나 '시청률 경쟁' 에 대한 솔직한 견해와 우리 드라마 풍토를 향해 던지는 '일침' 을 들었다.

- 드라마 시청률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떤가.

"나는 시청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내가 드라마 작가로서 일하는데 있어 절실하다. 시청률 높은 작품을 써야 계속해서 작품을 쓸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시청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광고수입.자존심 등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를 생각하는 차원에서도 이 지표는 의미가 크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은 훨씬 똑똑하다. 화려하고 선정적인 요소들을 나열한다고 많이 보는 게 절대 아니다. "

- 작품성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작가만의 것이 아니다. 단막극이나 2~3부작까지는 작가의 '욕심' 을 주장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썼던 드라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도 95년 방영했던 2부작 '찬품단자' 다. 그 드라마는 시청률이 별로 높지 않았다. 그러나 4부작이 넘어가면 방송사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6개월짜리 주말극 한편이 70억원의 광고수입을 좌우한다고 들었다. "

- '유명작가 킬러' 라는 별명을 얻었다는데.

" '예감' 이 김수현 작가의 '사랑하니까' 와 대결했고, '사랑과 성공' 은 역대 시청률 최고 작품인 '첫사랑' 의 조소혜 작가와 맞섰기 때문에 나온 얘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조소혜 작가가 더 무서웠다. "

- 대본이 늦게 나온다는 연기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인정한다. 나로선 최선을 다했지만 원고가 자꾸 늦어졌다. '사랑과 성공' 기획기간이 불과 2개월이었다. 6개월 방영할 드라마를 2개월 동안 준비한다는 것을 상상해보라. 하루에 먹고 자는 8시간을 제외하곤 글쓰기에만 매달렸다.

초고가 나와도 마음에 안들면 방송사에 보낼 수가 없었다. 대사를 곱씹고 깎아서 연기자들이 한입에 쏙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간이 자꾸 지체됐다. "

- 그렇다면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1년동안 작가가 준비해온 내용을 상대사와 경쟁하기 위해 방영 1개월전 줄거리를 대폭 바꾼 사례도 들었다. 최소한 6개월은 준비해야 제대로 갖춰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졸속 기획이 당연시되는 우리 풍토에선 그게 안된다. 이런 풍토는 분명히 고쳐져야 한다. 상대사를 의식하기 보다는 방송사가 신념을 갖고 작품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

- '사랑과 성공' 내용 중 두 자매가 한 남자를 사랑하는 설정은 '비정상적' 이지 않는가.

"드라마 주제는 두 자매의 멜로가 아니라 재혼가정의 이야기였다. 멜로는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 또한 '비정상적' 이라는 개념은 이해하기 힘들다. 드라마는 대개 특이한 내용을 다룬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다른 드라마들 역시 평범하지 않은 얘기들이다. '사랑과 성공' 을 준비하며 방송사에 5가지 기획안을 제출했다. 4개는 소위 '평범' 했고 하나가 튀었는데 방송사는 후자를 선택했다. "

- 개인적인 얘기 좀 해달라.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고 발레리나의 꿈을 키웠는데 중학교때 집이 망했다.

이후론 지독히 가난하게 살아왔다. 무엇보다 발레를 포기한 것이 가슴아프다. 작품 쓰다가도 몸이 안 좋으면 발레 동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일이 재미있어 당분간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마흔은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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