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알짜 미분양' 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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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자영업자 K씨는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 3단지 25평형 아파트 세 채를 분양받았다. 지난달 서울 6차 동시 분양에 나왔으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한 물량이다. 수원에 사는 P씨는 이달 초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 W아파트 33평형 미계약분 두 채를 사들였다. 여윳돈을 은행의 단기상품에 굴려온 L씨는 최근 경기도 고양 풍동택지지구 A아파트 미분양 물량인 45평형 한 채를 구입했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여윳돈을 가진 부유층이 알짜 미분양 아파트를 소리없이 사들이고 있다. 대다수 일반인이 시장 상황을 우려해 분양받기를 꺼리거나 계약을 포기하고 있는 것과 다른 투자 행태다. 이들이 사들이는 대상은 주로 서울 저밀도지구.신도시.택지지구 등 입지가 좋은 곳에서 미분양된 로열층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팀장은 "부유층들은 상품이 좋은데도 시장 상황 때문에 미계약이 난 아파트에만 눈길을 준다"며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더라도 과거처럼 무차별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원건설 허성욱 소장은 "분양시장이 좋지 않지만 입주 시점인 2006년 이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미분양 사냥'을 하는 여유층이 꽤 있다"고 전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1998~2001년에도 위치 좋은 곳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였다가 집값 상승기에 재산을 불린 부자들이 많다"며 "이들은 일반인과 다르게 투자하는 속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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