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20여곳서 직원 공모 부도전 한보어음 불법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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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보그룹이 부도 직전이던 지난 96년말 전국 20여개 농협지점 직원들이 한보그룹 임직원.사채업자들과 짜고 6백79억원의 융통어음을 불법 할인, 농협측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지검 특수1부 (朴相吉부장검사) 는 24일 96년 9월부터 11월까지 한보그룹 발행 융통어음을 불법할인해 주고 사채업자들로부터 1천만~3천2백만원을 사례비로 받아 챙긴 혐의 (특경가법상 배임.수재) 로 농협중앙회 평창군지부장 강환표 (姜煥杓.52) 씨 등 임직원 4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또 농협직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채브로커 이순희 (李淳喜.50.여) 씨 등 사채업자 7명을 구속했으며 융통어음 불법할인을 총괄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한보철강 자금담당상무 김대성 (47) 씨를 붙잡아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보그룹내 재정통으로 알려진 金씨는 97년 1월 한보사건 수사 착수 직전 재정담당 부하 2명과 함께 해외로 도피했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사채업자들은 융통어음 할인이 엄격히 금지된 제1금융권인 농협의 직원을 매수해 한보 융통어음을 불법으로 할인받은 뒤 액면가의 2~4%를 커미션으로 받아 농협직원들과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대검 중수부 (부장 李明載) 는 지난 2일 농.축협 비리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한 이래 지금까지 ▶면세유 대금 횡령▶대출관련 비리▶사업관련 뇌물수수▶조합장 선거 비리 등과 관련, 1백45명을 입건해 이중 8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농.축협 단위조합에 대한 수사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다음주 중반께 송찬원 (宋燦源) 전 축협중앙회장 등 축협중앙회 전.현직 간부들을 소환, 조사한 뒤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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