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ETP 가브리엘 페피노 프로젝트 매니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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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유럽 기업인들의 한국연수 프로그램이 일방통행식의 '한국 배우기' 가 아니라 유럽경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를 높이는 교차로로 활용되길 바랍니다. "

서울 신라호텔 5층 유럽연합상공회의소 (EUCCK) 사무실엔 한국과 유럽 기업인들을 하나로 묶는 '매파' 일을 맡은 20대 금발 미녀가 있다. 프랑스계 가브리엘 페피노 (사진) ETP프로젝트 매니저.

ETP란 유럽연합 (EU) 집행위 후원의 유럽경제인 해외연수 프로그램. 그녀는 EU상의.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외국어대 등이 공동 추진하는 반년 일정의 'ETP 코리아' 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내년 1월 유럽경제인 16명이 방한, 석 달간 한국어 및 국내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머지 석 달간 한국기업 인턴근무를 통해 한국 기업문화를 체험할 예정이다.

페피노는 행사까지 9개월 가량 남았는데도 참가후보를 추천하고, 국내 협력회사를 모집하는 일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ETP 프로그램은 일본에선 10여년 전부터 시행돼 7백여명의 유럽인들이 일본경제를 배우고 돌아갔고, 최근 일본 경제인들이 유럽으로 연수를 갈 만큼 상호교류가 활성화됐다.

이 교육과정의 백미는 유럽 기업인들의 국내 기업 인턴근무. 페피노는 "단순히 잔무를 돕는 '옵저버' (관찰자)가 아니라 비중 있는 일을 맡아 처리하면서 한국의 경영행태나 기업문화를 체감하도록 한국기업들이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 고 당부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직장인들도 유럽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페피노는 한국.유럽 기업문화의 차이점을 이해하면서도 "공.사의 구분이 모호하다" 고 꼬집는다.

일과 후 부서장 이하 직원들이 모여 술 마시는 일을 업무의 연장으로 간주하는 풍토도 아직은 낯설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단결.조직력은 유럽사람들이 분명 배워야 할 경쟁력 요소" 라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프랑스.영국인 부모를 둔 페피노는 미국 워싱턴대 (국제경영학.불문학 복수전공) 를 나와 2년반 전 방한, 프랑스생명 한국지사 등에서 일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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