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커지는 '젊은층 수혈'론] 정치하려면 시민운동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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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대통령의 '수혈론' 에 따라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이 새로워지고 있다.

金대통령은 자신의 관심 대상을 '젊은 사람' 과 '정치권 밖에 있는 사람' 으로 분명히 했다.

여권은 정치권 밖의 인사로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 함께 시민단체를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특히 시민운동가들의 경우 개혁성.현실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 핵심부가 지향하는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 실현에 부합하는 덕목을 고르게 지닌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한화갑 국민회의 원내총무도 22일 "정치를 하고 싶으면 시민운동을 하는 게 좋을 것" 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韓총무의 발언에 대해 "시민운동가 중에서 젊은층을 수혈하겠다는 강한 뜻이 담겨 있다" 고 해석했다.

일부 시민운동가들의 경우 이미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여권의 영입요건을 충족한 인물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대표적 시민운동가인 서경석 목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 나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유종성 경실련 사무총장.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지은희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을 영입 대상으로 꼽고 있다.

김성훈 농림부장관이 경실련 출신이고, 얼마전 물러난 김태동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도 경실련에서 활약했다.

민주개혁 국민연합을 이끌고 있는 김상근 목사도 최근 제2건국추진위 기획단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런 인식과 달리 겉으로 드러난 여권의 행동은 아직 상당히 조심스럽다.

여권 관계자는 "제2건국위 준비과정에서 생겨난 시민단체들의 반발에서 볼 수 있듯 시민운동가들에 대한 영입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게 되면 되레 여권의 정치적 들러리냐는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시민운동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시민사회가 취약한 가운데 쓸만한 재목들을 뽑아가는 정치권의 행태가 바람직하지 않다" 는 것이다.

과거 정치권으로 유입된 시민운동가들이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 조직이 제도권에 들어가는 일은 있을 수 없고, 개인적으로 동참한 일부 시민운동가들의 개혁성향이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서진 기획실장 등) 는 것.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신진세력 수혈의 필요성과 시민운동가 출신이 그같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조희연 참여연대 사무처장 (성공회대 교수) 은 "참여연대에선 정치권 참여의사를 가진 이들이 없는 것 같다" 면서도 "개혁적인 정치를 위해 시민운동가들을 충원하는 것이 나쁘진 않다.

정치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고 전망했다.

이상렬.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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