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에밀레종 나왔다…배명진교수 벤처상품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땡…. " 30초간 끊어질듯 말듯 이어지면서 듣는이의 가슴을 울리는 애절한 소리. 신라 천년의 한 (恨) 을 머금은 에밀레종의 소리다.

이 소리를 첨단 전자공학기술을 이용해 재현한 벤처상품이 등장해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숭실대 창업지원센터 배명진 (裵明振.정보통신전자공학부교수) 소장이 만든 '사이버 에밀레' 가 그것이다.

높이 35㎝, 무게 10㎏인 이 제품안에는 에밀레 종소리를 음향공학적으로 압축해 놓은 반도체칩이 들어있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 것처럼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는 종이 없읍니다.

이 제품의 상품성보다 우리 것을 외국인앞에 선보이게 됐다는 자부심이 앞섭니다. " 그가 이것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해외출장이 잦은 그가 외국인에게 주로 선물하는 것이 모형 에밀레종이었는데 "소리가 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착안하면서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사이버 에밀레의 출현을 가장 기다리는 기관은 경주박물관이다. 이 제품을 관광기념상품으로 판매하면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문화관광부도 관심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裵소장은 전국의 사찰을 타겟으로 삼은 높이 60㎝짜리 종도 개발중이다. 그러나 그 정도크기라면 무게가 50㎏ 이상이나 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종을 주로 만드는 범종사와 손을 잡기로 했다.

에밀레 종소리의 음원 (音源) 은 KBS가 제작한 특별프로그램에서 녹음해둔 것을 MP3방식으로 디지털화한 것이다. 그는 양산된 사이버 에밀레종의 울림이 원음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점을 한국음향학회로부터 인증받는 작업도 추진중이다.

"이번에 채용된 기술은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읍니다. 알람시계의 살벌한 벨소리보다 무지몽매한 삼라만상을 깨운다는 에밀레종소리가 훨씬 정감이 있지 않을까요. " 裵소장은 이 제품을 자신의 제자들이 세운 벤처기업 이프콤텍사에 전수했고 관련 특허 10건을 미국.일본에 출원중이다. 이달말 본격적으로 제품이 출시되는데 예상가격은 3만5천원 정도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