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설마 잡혔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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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예선 결승>
○·후야오위 8단 ●·김지석 5단

제10보(122~131)=흑▲가 하도 아파 수양 좋은 후야오위 8단도 저절로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바둑이 암만 유리해도 급소를 자꾸 맞으면 고통스럽다. 기분이 상하면서 빚쟁이에 쫓기는 심정이 된다. 124에 이어 126. 제자리걸음이지만 이렇게나마 탄력을 확보하며 후야오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126은 ‘참고도’ 백1로 시원하게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흑2가 거의 미치게 만드는 급소. 이후 대충 그림을 그려봐도 백이 잘 안 된다. 계속 빈삼각을 두며 연결을 꾀하지만 12에 이르러 좌변이 통째 들어가고 만다.

대략 계가를 해 보면 백은 우상 50집에 좌상·좌하의 20집을 보태 70집을 짓고 있다. 흑은 우하가 40집이 강하고 좌상과 좌하·중앙 등에 20집 정도가 있다. 그러니 사방이 두텁다고는 하지만 백△가 그냥 살아가 버린다면 흑이 이기는 길은 없다. 그래서 김지석 5단은 계속 몰아붙인다. 127로 포위하며 금방이라도 폭탄이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128은 백△를 구원하며 중앙을 도운 고심의 한 수. 그러나 이 수를 본 김지석의 눈이 순간적으로 초승달처럼 가늘어진다. 129로 삶을 강요한 뒤 131. 무시무시한 한 수가 등장했다. 후야오위도 가슴이 철렁한 모습이다. 설마 이것으로 백△가 잡혔을까. 그런 무식한(?) 수법이 통할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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