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합의 이후 달라진 북.일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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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8월 북한의 대포동 로켓 발사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북.일 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조심스레 접촉하며 상호 의중 탐색을 벌여오던 양측은 16일 뉴욕에서 가진 북.미 금창리 핵의혹시설 사찰 협상이 타결되면서 보다 깊숙한 교감을 주고받는 분위기다.

최근의 북.일 관계를 상징하는 사건은 이달초 싱가포르에서의 정부 고위급 접촉이다.

비공식적이라고 하지만 양측은 접촉 레벨을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높여 공식 대화 재개를 저울질했다.

회담에는 일본측에서 외무성 아나미 고레시케 (阿南惟茂) 아시아국장이, 북측에서 정태화 전 모로코대사와 송일호 외교부 일본과장이 나와 수교교섭 예비회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이후 뚝 끊겼던 일본 정치인의 방북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자민당의 나카야마 마사아키 (中山正暉) 중의원 의원이, 16일에는 도모토 아키코 (堂本曉子) 참의원 의원이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초청으로 이뤄진 이들의 방북은 정부간 접촉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 사회당도 방북단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양쪽 접촉은 조만간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를 위한 고위급 예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또 일본은 지난해 8월 발표한 대북 조치의 하나인 식량지원 동결을 풀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접근은 대북 관계에서 고립 상태를 벗어나려는 일본과 경제 지원을 얻으려는 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측의 본격적인 관계 개선까지는 변수가 많다.

일본이 관계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와 일본인 납치의혹 사건이 하루 아침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북 강성 기류가 흐르는 일본 여론도 문제다.

양측은 미국의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보고서를 제출할 때까지 관계 개선의 탐색전을 벌이다가 정책 확정 후 큰 줄기를 잡아나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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