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日 정상회담에 바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늘 열리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은 21세기를 내다보는 한.일 선린관계를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돼야 할 것이다.

한국의 신정부 수립 이후 전개된 한.일간 정세는 일본의 대한 (對韓) 현안의 사실상 해소라는 전대미문의 호국면을 조성했다.

한.일어업협정의 타결은 물론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우리측의 문호개방, 언제든 문이 열려 있는 일왕의 방한 등 일본이 지난 20년 이상 추진했던 대한 숙원쟁점이 우리측의 일방적이다시피한 양보로 매듭이 지어졌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하라고 오히려 독촉하는 형세다.

과거 일본이 대북 (對北) 관계개선을 할라치면 한국 정부가 견제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정책을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이같은 대일 (對日) 정책에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적지 않은 여론의 부담에도 새로운 대일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배경을 일본은 직시해야 한다.

한국은 이같은 정책추진을 통해 '가깝고도 먼 한.일관계' 에서 '가깝고도 친근한 한.일관계' 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번영을 추구하려는 목적을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일본은 한국에 화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포괄적인 대북정책의 추진이라는 한.미간 공조체제에 인식을 같이해 대북경수로 분담금 협의에 성의를 보여야 하며,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나 대북수교협상 등에 있어서도 한국 정부와 긴밀한 공조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지난해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파동 이후 취했던 대북강경정책을 버리고 최근 대화와 억지의 정책으로 선회한 점은 다행스럽다.

앞으로 남북한 당국간 대화와 북한의 개방유도 등을 위한 정세조성에도 적극 유의하기를 우리는 바란다.

일본은 또 구조적인 한.일 무역역조현상을 시정할 정책을 추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가 아시아경제의 안정에 미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감안해 일본 경제의 활성화를 통한 엔화안정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있은 어업협상에서 한국측이 서툴고 두서없는 교섭으로 우리 어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은 모두 우리 잘못이지만 일본측이 야박하게 실익을 챙겼다는 정서도 한국측에 많이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하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