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닝와이드' VJ 아마추어 등용문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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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방송사 PD가 되기 위해선 '고시' 를 통과해야 한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며 몇년씩 책과 씨름하고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막상 입사하고 나면 가장 절실한 것은 창의력과 아이디어. 번득이는 재치와 독특한 시각을 갖고서도 채용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재능을 묻어야 하는 아까운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침 보도.정보 프로인 SBS '출발!

모닝와이드' 가 꿈과 희망을 가진 모든 인재들에게 방송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장동욱 국장은 "학력.나이.성별 아무 것도 따지지 않는다" 며 "좋은 기획안만 제시하면 기꺼이 '전파' 와 보수를 제공할 것" 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프로 3부에 있는 10분짜리 '불황탈출' 코너가 대상. 해외를 다니면서 경제난을 돌파할 수 있는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취재.보도하는 내용이다. 취재에 필요한 비용을 해결해주는 것은 물론, 편당 약 1백만원의 보수도 제공한다.

SBS가 이같은 결단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년간의 '모험' 이 바탕이 됐다.

'출발…' 제작진은 다양한 해외경험을 지닌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해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4월부터 VJ (비디오 저널리스트) 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후 장원준.최호준.김진혁씨 등 10여명의 VJ를 등장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일본 VJ의 선구자 시가노부오 (志賀信夫)에게 사사한 김민선 (36) 씨는 이 프로로 한국 방송에 데뷔, '살모사로 만든 햄버거' 등 기발한 일본의 불황 돌파 전략들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고 MBC에 '쓰시마의 아리랑 축제' 를 다룬 다큐를 공급하는 등 성가를 높이고 있다.

수중 전문제작자 장원준 (40) 씨도 값진 발굴이었다. 이들의 작업은 방송사들이 중시하는 시청률에서도 성공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15일 방영분의 '1분 시청률' 을 분석해보면 최호준씨가 만든 '일본의 폐목재 활용' 아이템이 나오는 동안 13.5~15.5%로 기록돼 이 프로 평균인 11.8%를 상회했다.

1명의 VJ가 6㎜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찍기 때문에 해외 제작비도 대폭 절감된다.

'아프리카 목 조르기' '파리는 개판이다' 등 현재 대기하고 있는 아이디어만 봐도 군침이 돈다.

VJ 작품을 총괄하고 있는 장광호 차장은 "현재 PD 10명.작가 10명인 우리 정규 제작진보다 이들이 가져오는 아이템이 훨씬 신선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방안도 고려 중" 이라고 말했다.

물론 우려의 시각도 있다. 장차장은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활용하는 위험 부담도 있지만 방송에 있어 생명과 같은 '시간 약속' 등의 개념이 무너질 경우 SBS에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김민선씨는 "방송사들이 적은 비용으로 외부인력을 활용하려는 생각에 VJ시스템을 악용할 우려도 있다" 며 "지원자들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풍토가 기본바탕이 돼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SBS측은 전화 (02 - 785 - 0909) 로 기획 아이디어를 접수하며 현지 체험은 물론이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한 아이디어도 수용한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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