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증오를 용서로 바꾼 한 통의 위로 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가해 운전자를 결코 증오하지 마십시오. 부디 용서하는 마음으로 자녀와 열심히 살아가시길 당부 드립니다. "

최근 뺑소니 사고로 남편을 잃은 김말남 (金末南.37.여.마산시구암동) 씨는 17일 오전 경찰관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와 30만원을 받았다.

뺑소니 현장을 목격하고 가해자를 붙잡은 양승부 (梁承副.40.회사원.경남양산시웅상읍행산리) 씨가 보낸 것이었다.

세자녀 (11.9.4세) 와 함께 살아 갈 길이 막막했던 金씨는 梁씨의 편지를 읽고 "가해자에 대한 증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며 말끝을 흐렸다.

가해자 金모 (28) 씨 가족에게도 30만원과 梁씨의 편지가 전달됐다.

"너무나 큰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본질입니다. 한 집에서 당분간 같이 지내지 못하는 괴로움은 있겠지만 있는 것이 없어진 쪽이 더욱 큰 절망일 겁니다…. "

梁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9시쯤 경남창원시소답동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金명용 (38.중장비 기사) 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나는 승합차를 뒤쫓아 가 운전자 金모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었다.

경찰로부터 감사장과 60만원을 받은 梁씨는 피해.가해자 가족에게 포상금을 절반씩 나눠주고 직접 쓴 위로편지도 전해줄 것을 신유균 (申有均) 창원경찰서장에게 부탁한 것이다.

6년 전 사업에 실패, 처가살이를 하며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梁씨는 "가장을 잃은 피해자 가족들과 교도소 생활을 해야 하는 가해자 가족들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했다.

창원 =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