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스탄 모터스의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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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40여년간 인도 자동차시장을 독점하다 몰락의 길로 들어선 힌두스탄 모터스의 사례는 인도 경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 인도 자동차 시장을 독점했던 승용차 앰버서더의 시장점유율이 최근 5%대로 곤두박질 치면서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생산량의 80%를 택시회사와 정부에 납품하는 등 시장을 독점하면서 기술개발이나 생산성 향상과 담을 쌓다보니 경쟁력이 없어진 때문이다.

이 차의 생산업체인 힌두스탄 모터스에는 공장에서 갓 나온 새 차의 문짝이 삐걱거리고 창틀 사이로 물이 스며드는 등 불량품에 대한 소비자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가격은 8천 달러 (9백60만원) 나 하지만 경적 소리만 빼고는 모두 소음" 이란 평가가 나돌 정도다.

힌두스탄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은 84년부터. 일본의 스즈키가 50% 지분 참여한 마루티 우덩사 (社)가 마루티 800을 내놓으면서 앰버서더만 알던 소비자들이 떠나기 시작한 것. 91년 시장이 본격 개방되면서 대우.포드.혼다 등 해외 기업들이 속속 인도 시장으로 들어왔다.

각 업체들은 앞다퉈 신차를 발표하고 각종 옵션을 무료 제공하면서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90년대 들어 인도 자동차 시장은 두 배 이상 확대돼, 지난해 모두 40만3천대의 차량이 판매됐지만 힌두스탄만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힌두스탄은 뒤늦게 2천만달러를 들여 공장 현대화를 완료했으나 이번에는 1만1천명의 잉여 인력을 해고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치게 됐다.

인도 내에서도 최저 수준인 1백40달러 (16만8천원) 의 월급을 받는 직원들은 "경영진의 잘못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 며 반발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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