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무조건 나쁜 것 아니다…가려 먹으면 몸에 유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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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양소 가운데 지방만큼 억울한 것도 없다.

사람들이 지방을 무조건 나쁜 영양소로 간주해 섭취를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을 과잉섭취하면 뇌졸중과 심장병을 일으킨다.

콜레스테롤 등 지방덩어리가 혈관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촉진하므로 혈관이 쉽게 막히거나 터지기 때문이다.

지방은 암도 일으킨다.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 등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선진국형 암은 고지방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방을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구성자 (具成子) 교수는 "총열량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인은 20%가 안되는 반면 미국은 40%를 넘는다" 고 지적했다.

한국인은 아직 지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게다가 지방은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朴用雨) 교수는 "지방은 체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세포막과 각종 호르몬의 원료물질이므로 결코 푸대접받아선 안된다" 고 지적했다.

따라서 과잉섭취만 아니라면 기름기를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질이다.

지방도 옥석을 가려야하기 때문이다.

흔히 알고 있는 '동물성 지방은 해롭지만 식물성 지방은 좋다' 는 상식은 절반만 맞다.

물론 동물성 지방엔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산, 식물성 지방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그러나 동물성 지방이라도 육류가 아닌 생선은 불포화지방산이 있으며 특히 몸에 좋다는 DHA.EPA 등 오메가 - 3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실제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이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보다 암과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더 낮다.

거꾸로 식물성 지방이 몸에 해로운 경우도 있다.

특히 암환자라면 식물성 지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옥수수기름이나 콩기름에 다량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 - 6 지방산은 암세포의 분열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환자는 오메가 - 6 지방산이 적은 들기름이나 아마유, 평자씨유가 좋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에겐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등 좋은 효과를 나타내므로 피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쇠고기.돼지고기는 일체 먹지 말고 생선이나 들기름만 먹어야할까. 具교수는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은 1대2 정도의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 이라고 강조했다.

쇠고기와 돼기고기도 적정량 먹어야한다는 것. 게다가 불포화지방산이라고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불포화지방산이 쌓이면 산소가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세포를 늙게 하고 파괴하는 유해산소가 다량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비타민 E.C.A와 같은 抗산화비타민이 많은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요령. 생선과 채소를 주로 한 이른바 지중해식 식사가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심장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잡지 써큘레이션지도 최근 지중해식 식사를 하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50~70% 낮아진다고 밝힌 바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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