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자연에서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라, 행복은 작은 데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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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친환경· 생태주의는 우리 시대 주요 화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를 책으로 접하기가 꼭 쉽지만은 않습니다. 진지하다 못해 딱딱해서, 자칫 엄숙주의나 지적 유희에 그친 책이 적지 않아서입니다. 이번엔 유쾌하게 혹은 잔잔하게 녹색 삶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들을 모았습니다. 환경운동도 이렇게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는 1845년 3월부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지어 그해 7월부터 47년 9월까지 그곳에서 홀로지냈다. 월든 호숫가에서 보낸 2년의 삶을 기록한 책이 『월든』이다.

소로우가 이 책을 통해 ‘자연주의적인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정신적 멘토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만큼이나 마음 한 구석에 자신만의 월든을 그린다. 그러나 『월든』의 힘은 낭만성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통렬한 문명비판적 시각에서 나온다.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한의 인간적 삶’을 추구했던 그는 환경파괴와 과소비 등 현대문명의 병폐를 일찍이 내다보고 경고한 것이다.

바버라 킹솔버(54)는 소로우 이후 현재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생태주의 작가로 손꼽힌다. 국내에는 잘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오프라 윈프리가 그녀의 소설 『포이즌우드 바이블』(1998·국내 미발간)을 추천하면서 137주간이나 베스트셀러에 머문 기록이 있는 유명 작가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과학저술가로 활동했지만 시, 소설, 에세이를 넘나들며 글을 써왔다.

지난 1월에 국내에 출간된 『자연과 함께 한 1년』은 킹솔버 가족이 25년간 살아온 애리조나 투손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애팔레치아 남부로 옮겨가 시작한 ‘시골생활’의 1년을 담고 있다. 도시의 삶보다는 조금 더 불편해졌지만 텃밭에 유기농 채소들을 키워 식사를 준비하고 이웃과 나누는 삶 얘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1년 뒤 이들은 식비 대차대조표를 만들었더니 4인 가족 한 사람당 한 끼의 식사비로 겨우 약 50센트를 썼다는 이야기, 자신의 쉰 번째 생일파티를 자신과 이웃의 농산물로 차린 이야기 등은 진정한 풍요로움이 뭔지를 돌아보게 한다. 원제 『Animal, Vegetable, Miracle』.

최근 출간된 『작은 경이』는 9·11 사태를 겪은 충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삶의 성찰이 담긴 에세이 모음집(23편)이다. 연약한 실개천, 야생동식물, 텃밭에서 자라는 먹을거리, 딸아이가 키우는 닭, 도서의 기쁨 등 자연과 함께 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연과 함께 한 1년』에서보다는 환경과 미국의 대외관계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불필요한 것들에 대한 요란한 욕구, 그것들을 제조하고 폐기하는 것에 대한 방만한 부주의”라며 미국의 오만함을 꾸짖는 그녀는 무엇보다도 지구를 소유대상으로 삼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라 말한다. 딸에게 “넌 딸이 아니더라도 내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이야”라고 적은 ‘열 세 살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삶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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