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대화창구 3주째 공전…대치 오래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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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동계의 노사정위원회 탈퇴로 촉발된 노동계와 정부의 대립 양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노.정 (勞.政) 간 대화채널이 3주째 헛돌고 있기 때문이다.

극적인 돌파구가 없다면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이 본격화하고 이에 따른 '3.4월 위기설' 이 가시화할 우려까지 점쳐진다.

노동부의 고위 관리도 14일 "노동계는 파업 등 제 갈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며 "총파업 투쟁이 끝난 뒤에야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노동계는 2월에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파업투쟁을 끝낸 6월에 가서야 노사정위에 복귀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파업을 통해 투쟁력.협상력을 키운 뒤 협상테이블에 돌아오는 같은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부의 내면적 판단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대화를 완전히 단절한 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중단^노동시간 단축 등 4대 요구를 내걸고 대정부 총력투쟁 일정을 확정했다.

14~25일 사이 연맹별로 시한부 파업과 집회 등 산발적 투쟁을 벌이고 22~26일 사이에는 사업장별로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는 동시에 27일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를 통해 투쟁열기를 지핀다는 계획이다.

이어 4월 6일부터 11일까지 전 산하단체의 지도부가 철야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4월 10일 전국에서 민중 연대집회를 열고 총파업 투쟁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방침이다.

한국노총도 13일부터 정부와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협상단 구성범위 등에 이견을 보이자 대화를 무기 연기했다.

26일까지 정부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7일이나 28일께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 한국노총의 생각이다.

그러나 노동계에도 고민이 있다.

투쟁일정을 천명했지만 구조조정에 직면한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투쟁시기나 수위에서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노동계의 강경세력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또 다른 축인 기아자동차 노조가 15일께 노사화합을 선언할 예정이어서 강한 결집력을 끌어내기 힘든 실정이다.

한편 정부는 한국노총과 대화를 재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면서 파업반대 여론에 밀린 민주노총이 스스로 대화에 나서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점도 분명하다.

서울경찰청이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소속 17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

부한 배경도 이같은 맥락이다.

결국 구조조정 등 현안들에 대해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노.정 양측의 갈등 봉합책을 쉽게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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