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암 발언' 여야간 입씨름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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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부영 (李富榮) 총무의 11일 발언을 둘러싼 여야간 입씨름이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문제발언은 "고제정구 (諸廷坵) 의원이 'DJ암 (癌)' 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는 원색적 내용. 대변인 반박으로는 성이 안찼던지 국민회의 김옥두 (金玉斗) 의원은 " (李총무는) 역대 정치인 중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정치인" 이라며 펄쩍 뛰었다. "사과하지 않으면 정치가 험난해질 것" 이라는 경고까지 달았다.

李총무와 대화창구인 한화갑 (韓和甲) 총무도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살다보면 동물도 만날 수 있지…" 라고 분개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한나라당 이규택.김홍신 의원의 발언 때처럼 사법적 조치를 거론하는 수준까지 나가지 않았다.

대신 재야출신 모임인 당내 '열린 정치포럼' 이 맞상대했다.

모임에는 李총무와 함께 재야에서 뛰었던 김근태 부총재와 이길재 (李吉載).장영달 (張永達)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풍토 개선에 앞장서야 할 李의원이 오히려 정치풍토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며 "李의원의 고 제정구의원 관련 발언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李총무의 기세를 뒤받침해 주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金대통령에 대해 한마디 하면 '국가원수 모독' 운운하는 국민회의의 발상은 지금이 유신시대인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고 비난했다.

李총무는 12일 한발 더 나갔다.

그는 발언경위를 설명하면서 "즉석에서 감정이 북받쳐 한 얘기다.

제정구의 혼이 나를 통해 얘기한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DJ와 3金장벽을 뚫고 개혁정치세력을 등장시키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이철.박계동 전의원은 좌절했고, 諸의원과 나만 살아 남았는데 諸의원이 세상을 떠나 비감한 심정이었다" 고 말했다.

李총무는 구로을 개편대회에서도 "김대중 정권이 1년만에 보이는 정권말기적 증상과 독재를 이번 선거에서 심판하자" 며 재차 비난했다.

그는 "기회가 오면 또 지적하겠다" 고도 했다.

이런 설전속에서 고 諸의원 부인 신명자씨는 국민회의로 편지를 보내 "고인의 뜻은 더 이상 정치에 있지 않다" 며 "다가올 선거 중 다툼이 없는 대신 화해와 용서가 이뤄져 고인이 평화로운 가운데 쉴 수 있도록 도와달라" 고 부탁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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