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해결책 1등 당선 여교사의 평범한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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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잘 어울리지 못했던 키크고 예쁜 부반장과 보육원 출신 학생이 그룹활동 반년만에 '보통학생' 이 되었습니다.***

사회문제가 된 '왕따'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첫 시도된 국민공모에서 평범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1등을 차지했다.

피혁 제조업체 가우디㈜에서 최근 3개월간 벌인 현상공모에서 1천8백명의 경쟁을 뚫고 대상을 받는 인천 백학초등학교 공숙자 (孔淑子.38) 교사. 그가 제시한 방안은 소규모 그룹활동을 통한 친밀감 높이기. 학생들을 6~7명씩 소그룹으로 나눠 왕따 학생이 급우들과 역할극.공동학습.악기연주회.손잡고 달리기 등을 함께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가 제출한 보고서는 학생들끼리 서로 칭찬해주는 단계에서 함께 벽화를 그리는 수준으로 공동활동을 심화해 가도록 교사가 지도하는 과정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개월동안 이 프로그램을 적용한 孔교사는 "왕따 학생과 급우들이 마음을 열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데에는 집단활동이 가장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고 말했다.

참여연대 박원순 (朴元淳) 변호사.노무현 (盧武鉉) 의원 등 11명의 심사위원들은 "교육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고 말했다.

孔교사가 '왕따 해결사' 로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5학년 담임을 맡은 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학생 2명을 발견하면서부터. 키가 크고 용모가 빼어난 부반장과 보육원에서 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이 급우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것. 두 학생 모두 그룹활동을 통해 반년만에 친구들과 함께 뛰노는 보통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자신의 학급에는 왕따가 없다고 믿는 교사가 집단 따돌림을 해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 지난해 교육부 인성교육연구대회에 왕따 관련 논문을 제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던 孔교사는 지난달 말엔 단행본 '왕따를 연구하다 왕따가 되어버린 왕따 선생님의 왕따 이야기' (계림출판사) 를 출간하기도 했다.

한편 1천8백여 응모자들은 릴레이 편지쓰기.왕따 감시위원회 설치.선후배 짝짓기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으며 12명의 교사를 포함한 19명의 입상자는 13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리는 '왕따문제 해결을 위한 공청회' 에서 모두 2천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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