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햇볕'과 '레이저'의 균형

미국에서는 북한이 21세기 초반에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게 될 것이며 여기에 핵.화생무기를 탄두로 장착하게 되면 미국 본토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란.이라크 등 국가들이 미사일로 중동과 유럽을 위협하게 되는 상황과 더불어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위협은 국경을 초월한 21세기형 군사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은 차치하고라도 장차 한반도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제네바 핵합의가 이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촉발한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지하 핵의혹 시설 여부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황을 악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실패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지속적인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것인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한국의 딜레마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저지와 햇볕정책의 지속 여부를 엄격하게 연계할 경우 남북한 관계가 파탄에 이르고 미.북한 회담이 시작되었던 과거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다는 데 있다.

또 하나의 딜레마는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데도 햇볕정책만 계속하게 된다면 한국이 자신의 안보에 관해 책임있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가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될 것이라는 데 있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화생무기의 실전적 사용 가능성은 구체적인 군사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단지 협상용으로만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은 미사일의 군사적 효용성을 무시한 단견이다.

북한의 미사일과 화생무기 보유는 재래식 기습남침 전략에다 미.일의 한국 지원을 차단하는 공격적 전략이나 국지도발 후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남한 안보를 인질로 삼는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군사적 우세를 장악한 상황에서 추가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위협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미국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걸프전에서 사용됐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개량해 방어용으로 실전 배치하는 한편, 80년대 소련 미사일 체계 요격을 목표로 추진했던 전략방위구상 (SDI) 의 핵심인 레이저 광선 무기를 공격용으로 만들고 있다.

보잉 747 항공기에 레이저 빔 무기를 싣고 일선에 배치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난 직후부터 추진하는 동안에 강력한 레이저 광선으로 미사일의 동체를 파괴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조만간 실용화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발사 탐지와 조기 격추를 목표로 개발된 모압시스템과 애로 미사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개발에 대해 한국이 햇볕정책만으로 대응하려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안보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적극 대응해 나감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미사일 체계를 전쟁 발발과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연구 개발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교리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 협상을 벌여 우리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긴요한 것이다.

한편 우리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적극적 방어능력을 갖추게 될 때 북한을 군축으로 유도하게 되는 효과도 바라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런 대응능력이 없으면 북한은 계속 미국하고만 상대할 것이 아닌가.

이런 점에서 중동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이를 개전 초기에 격멸할 모압시스템을 개발한 이스라엘 장군의 말은 매우 교훈적이다.

그는 "미국은 세계경찰 역할에 너무 바빠서 개별 국가의 안보를 미리 챙겨줄 만한 여유가 없다.

개별 국가의 안보는 그 국가가 우선적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말했다.

우리가 강력한 레이저 빔을 가지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조기에 제압할 수 있을 때, 햇볕정책은 북한을 밀고 당길 수 있는 힘있는 대북 전략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용섭 미국랜드연구소 초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