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공포영화 '알포인트'…그들은 귀신과도 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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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쟁은 보통 사람에게 그 자체로 공포다. 귀신 이야기까지 덧씌운 영화 '알포인트'는 그래서 2중의 공포영화다. 그 공포가 관객에게 어느 정도 전달되는지는 미지수지만 소재 자체만으로는 색다른 영화다.

배경은 1972년 베트남. 한국 귀환을 앞두고 완전히 군기가 빠진 '당나라 병사' 7명과 인상부터 험악한 선임하사, 그리고 가는 곳마다 아군이건 적군이건 피를 보는 걸로 유명한 소대장(감우성 분)이 특수임무를 부여받는다. '로메오 포인트'라는 곳에서 잇따라 실종된 한국군 병사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라는 것.

수색에 나선 병사들은 그곳이 옛날 중국군이 베트남인들을 무차별 학살했던 현장이며, 현지인들이 죽은 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피로 물든 호수를 메우고 사원을 세웠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항상 안개가 끼는 그곳에서 병사들은 귀신에 넋을 빼앗긴 표정으로 서로 총을 겨누고 칼을 휘둘러 목숨을 잃는다.

영화는 귀신에 대한 공포와 그 공포 때문에 서로 믿지 못하고 자멸해가는 군인들의 심리 상태를 자세히 드러낸다. 관객들에게 공포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각자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영화는 올해 초 두달여 동안 캄보디아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악천후와 풍토병에 시달리며 현지 촬영을 했다. 제작 도중 감독이 바뀌어 시나리오 작가(공수창)가 메가폰을 잡은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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