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눈물·웃음으로 버무린 이웃사촌들 사는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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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 해피?
박상규 외 지음, 한길사, 288쪽, 9천500원

한 정치인이 던진 말,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가 우스갯소리처럼 널리 퍼졌던 적이 있다. 그가 도발하듯 물었던 이 질문의 바탕에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나라님에 대한 강한 비판이 숨어 있었다. ‘행복’이란 단어가 자아내는 착잡함 속에서 우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유 해피(행복하십니까)?”라고 묻는 이 책 또한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곰곰 들여다보게 만든다. 하지만 정치인이 지었던 부정의 태도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감싸안은 긍정의 마음에서 나온 행복론이란 점에서 다르다. ‘우리 이웃 50명이 오마이뉴스에 올린 행복이야기’란 부제 그대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 코너’에 올라온 글 가운데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은 이야기 50편을 모았다. 주부·학생·회사원·시민운동가·택시기사·농부 등 갑남을녀가 생활 속에서 겪은 작고 고운 행복 얘기들이 훈훈하다.

화상으로 얼굴 전체와 손, 발등에 심한 상처를 입은 청년 송계생씨를 동무 삼은 김수강씨 사연은 찡하다. “오른손 피부이식 자국을 만져봐도 되느냐고 넌지시 건넸다. ‘만져보세요. 근데 지금 제 엉덩이를 만지고 계신 겁니다.’ 엉덩이 살을 떼어 피부이식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런 넉살과 환한 미소는 어디서 샘솟는 걸까.”

경기 난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다가 수도 없이 경기를 일으켰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시골 어머니께 전화를 하던 김기세씨는 눈앞이 흐려진다. 라면을 먹다가 탈이 난 나영준씨는 문득 라면 봉지에 뜨거운 보리차를 넣어 먹는 ‘뽀글이’에 얽힌 군대시절의 한 친구를 떠올린다. 이 책에 담긴 눈물과 웃음은 ‘행복이 별거냐고, 바로 지금 당신 곁에 있다’고 손을 내민다.

글쓴이 대표로 책머리에 한마디를 붙인 박상규씨는 “특별하지 않은 내 이야기를 소중하게 담아주는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털어놓으며 “투박한 내 글에 함께 웃어주고 울어주는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도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설렘이자 흥분이었다”고 했다. 특별하지 않아서 살갑고, 솔직해서 정이 가는 우리 모두의 행복 이야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행복하세요?”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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