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이 신학기부터 체벌 대신 벌점제 도입을 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이미 실시 중인 학교도 있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학교현장 대부분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이 제도를 도입할 추세다.
벌점제 도입은 '체벌 없는 학교' 를 만들기 위한 고육책 (苦肉策) 이긴 하지만 그 발상이나 추진현황이 너무 비교육적이다.
사춘기 청소년을 집단적으로 모아 놓고 교육을 하자면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날 수 있다.
교사로선 화가 나기도 하고 전체를 위해 소수 문제아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벌을 가하는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매를 드는 것이다.
교사도 인간인 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교사의 매질은 또 다른 학교폭력으로 비화할 수도 있고 또 이를 감수하지 않는 것이 요즘 세태다.
학부모의 끊임없는 항의나 교사가 야단친다고 학생이 112에 신고하는 형편에 체벌이 그대로 존치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대안으로 학교현장에서 검토되고 실시 중인 제도가 '당당봉' 과 벌점제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당하게 벌을 받되 교사는 체벌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매의 길이와 매맞는 부위를 한정해 절도있게 벌을 가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식이 이번 새학기부터 도입될 벌점제다.
복장위반에서 무단조퇴에 이르는 벌칙사항을 점수화해 예컨대 20점 이상이면 사회봉사활동을 시키고 30점이 넘으면 학생부에 기록해 대학입시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벌칙의 점수화다.
이 방식은 언뜻 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학생통솔의 손쉬운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교육적이냐에 대해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우선 발상 자체가 천박하다.
입시점수에 가산된다면 꼼짝 못하는 학생들의 약점을 파고 드는 게 아닌가.
학생통제를 위한 교사의 횡포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교육이 입시위주의 점수화.서열화로 이뤄졌기 때문에 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왔는데 이젠 벌주는 방식까지 점수화한다면 우리 교육의 현 위치는 어디에 와 있는가.
차라리 벌을 줄 바엔 당당하게 때리고 맞고 고쳐나가는 당당봉제가 훨씬 더 교육적이지 않은가.
더구나 벌점제를 학생부와 연결시키는 것은 학생부제 도입취지를 교육청과 학교 스스로 왜곡하는 일이다.
학생부란 학생 개개인의 인성과 적성을 파악해 기록함으로써 대학이 선발자료로 삼도록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런데도 교육청이 벌점제를 권장하고 학교 스스로 학생부를 벌점기록부로 이용한다면, 정책 당국자나 현장 교사 스스로가 그 취지를 훼손하고 망각하는 처사가 된다.
체벌 없는 학교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체벌이 부득이 필요한 현실이라면 비교육적인 벌점제보다는 '사랑의 매' 가 오히려 교육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