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30대 문학도들 “패거리주의는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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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문인협회 총회 장면. 70년대에는 문학적 입장에 따른 리얼리즘 논쟁이 치열했다.

“1990년대 들어 문자매체인 문학은 독자의 축소와 함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것은 문학 외적인 조건의 열악함에서 비롯하지만 문학 내부의 체질 강화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진보적 소장 평론가들의 자정 촉구에도 불구하고 문단 주류는 패거리주의·정실주의·학벌주의라는 타성에 안주한 채 수음적 퇴행만을 거듭하고 있다.”

스스로를 ‘문단 주류’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상당히 불편해할 주장이다. 문단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비슷한 내용의 문제 제기는 그동안 더러 있었지만 공허한 구호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문학과비평연구회(문비연)가 펴낸 『한국 문학권력의 계보』는 지난 1년간 ‘한국의 문학제도와 정전’이라는 주제로 문비연이 연구한 성과물들을 모은 것이다. 문비연은 젊은 문학 연구자들이 주축인 모임이고, 이번 책에는 74년생부터 66년생까지 10명이 참여했다.

공동 지은이들은 현재 문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갔다. 광복 이후 70년대까지 문단의 중심에 섰던 구성원들의 뒤바뀜과 특정 작품이 정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 것이다. 과거에 비춰 현재를 들여다봐야 21세기의 새로운 문학 패러다임을 찾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한국…』의 주장들은 거침없고 도발적이다. 지은이들이 바라보는 광복 후 30여년간의 문단사는 문단 권력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의 역사다. 『한국…』은 연구 대상으로 삼은 기간에 누적된 문학계의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객관적 조사 보고서로까지 의미가 부여된다.

그런 ‘파격’ 때문인지 『한국…』는 비판적으로 읽게 된다. 그럼에도 음미할 만한 대목이 곳곳에 짚인다.

오창은씨는 ‘1960~70년대 리얼리즘 논의와 외국문학 전공 비평가들의 상징권력’이라는 글에서 60년대 중반 이후 문학비평이 외국이론에 전폭적으로 기대면서 생긴 폐단을 지적했다. 백낙청·염무웅·김현 등 외국 문학 전공자들은 단순한 외국 문학이론의 수입자가 아니라 소명의식을 갖고 한국문학에 대한 비평활동을 폈지만, 논의의 정당성을 서구이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문학자들은 서구 이론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됐다.

『한국…』는 3부로 구성됐다. 오씨의 글은 1부에 실려 있다. 2부에서는 김동리·서정주·박목월·유치진 등이 문단 주류로 자리잡는 과정을 문단사나 문학 제도 면에서 분석했다. 3부에서는 사상계·창작과비평·문학과지성 등 대표적인 문예지들의 공과를 짚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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