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소재 새로운 시각접근-'사랑과성공'7일종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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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7일 막을 내린 MBC주말극 '사랑과 성공' (작가 김진숙.연출 오현창) 이 지난해 9월 첫 전파를 탓을 때 방송가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시청자들의 '사랑' 을 받기 힘들 뿐 더러 시청률의 '성공' 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전처 소생인 언니 (오연수) 와 친딸인 동생 (정선경) 을 차별하는 엄마 (고두심) 의 모습을 부각하는 이야기 구조는 전래동화 '콩쥐팥쥐' 의 현대판에 지나지 않으며, 한 변호사 (박상원) 를 두고 벌이는 자매의 사랑 다툼은 요즘 드라마의 불건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여주인공 오연수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제작진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요소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랑과…' 은 지난 3개월동안 부동의 시청률 2위 자리를 지키는 등 놀라운 저력을 보였다. 해묵은 이야기에 뻔한 갈등구조만으로는 결코 달성하기 힘든 성과였다.

경쟁사 주말극 '종이학' 이 역대 시청률 최고기록 작품인 '첫사랑' 을 만든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의 부진에 따른 어부지리로 보기도 어렵다.

'사랑…' 이 성공할 수 있었던 첫번째 요소는 진부한 소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낸 작가의 노력이다. 작가 김진숙씨는 친딸에 대한 편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전처의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새엄마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결혼식을 놓고 벌어지는 계모와 생모의 심리전, 떠나간 엄마에 대한 강한 반감을 품은 장남 (이재룡) 의 캐릭터는 우리가 흔히 접해온 '뻔한 스토리' 가 결코 아니었다.

거기에 이재룡과 김지영의 사랑 이야기가 재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진부한 소재라도 그 속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찾으려는 제작진의 진지한 노력이 곁들여지면 얼마든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랑과…' 은 보여준 것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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