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책사랑] 대학 독서동아리 회장 김상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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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한다. 따지고 보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요즘도 책을 끼고 사는 젊은이가 많다.

동국대 전기공학과 2학년인 김상기(20·사진)씨. 어른들의 걱정을 무색케하는 청년으로, 대학연합 독서토론 동아리 ‘자운영’(www.jaunyoung.com)의 회장이다.

자운영은 1959년 중동고·용산고 등의 고교생이 농촌봉사를 위해 만든 모임으로 60년대에 대학생의 동호회가 됐고, 70년대에 독서토론 모임으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서강대·숙명여대·성균관대·동국대·동덕여대 등의 학생 90여명이 회원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서울 종로의 YMCA의 동아리방에 모여 독서 토론을 벌인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꼬박꼬박 시간을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정말 책이 좋아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모이는 겁니다. 저도 물론 그렇고요.”

김씨는 자신을 포함한 회원들이 모임에 열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이나 온라인 게임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많지만 우리처럼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에 뛰어든 동기에 대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동안 읽은 책이 모두 수능시험과 관련된 것이고, 그냥 순수하게 읽은 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독서 토론 모임을 물색하다 우연히 이 모임을 발견하고 망설이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뒤 지금까지 세 학기 동안 약 70권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한권 한권을 탐독하는 편입니다. 읽은 책 가운데 조정래씨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이 가장 감명 깊었고,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대륙의 딸들』(장융 지음, 금토)이 가장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는 『태백산맥』을 읽고서는 “내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구나”하는 생각을 했고, 세 여인의 인생역정을 통해 중국 현대사의 변천을 보여주는 『대륙의 딸들』에서는 사상과 이념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지를 누비며 기행문을 써온 한비야씨를 좋아한다는 그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의 한비야씨처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경험을 꼭 하고 싶고, 그렇게 세계를 둘러본 뒤 인생을 걸고 할 일을 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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