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마 나와야 한국미인-가톨릭대 의대 연구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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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마가 튀어나온 여자는 드세다?' 우리 속설 중에 이런 말이 있지만 과학적으로만 따진다면 아무래도 옳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인의 경우 여자가 남자에 비해 이마가 튀어나온 사람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톨릭대 의대 한승호 (韓勝皓) 교수팀이 최근 1백78명의 머리뼈를 특수촬영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 꼴로 이마가 곧추 선 타입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자는 10명 중 약 8명에서 이마가 비스듬히 누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머리의 측면 모양도 남녀 차이가 확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남자의 경우 유두 돌기가 여자에 비해 더 뚜렷하게 튀어나온 것. 이는 동서양인 모두 남녀에서 나타나는 차이다.

유두 돌기란 귀 바로 뒤쪽에 자리잡은 단단한 뼈 부위를 가리키는 말. 韓교수는 "지형을 등고선으로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얼굴을 '등고선 촬영' 해 이런 차이점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고 말했다. 모아레 촬영으로 불리는 이런 특수촬영은 머리뼈와 같은 작은 물체에서 올록볼록한 차이도 잘 나타내주는 것이 특징이다.

머리를 위에서 내려다 볼때도 한국인 남녀간의 차이가 있었다. 남자의 경우 달걀모양이 대다수인 반면 여자는 이마 쪽은 폭이 좁고 뒤쪽은 훨씬 넓은 '감자' 같은 형태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머리의 '산꼭대기' , 즉 가장 높은 부위가 남자들에게서는 주로 머리 한가운데 부위에서 발견된 반면 여자들은 산 정상 (頂上) 이 뒤쪽으로 치우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머리 뒤쪽은 남녀간에 이렇다할 차이가 없었다. 다만 남녀 모두 왼쪽 뒤통수가 약간 더 튀어나온 것이 특징이었다. 韓교수는 "한국인 중 오른손잡이가 많은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고 추정했다. 이는 사지 중 오른쪽은 뇌의 좌반구가, 왼쪽은 우반구가 통제하기 때문.

한국인의 이런 머리 생김새 상의 특징은 만주나 중국 북부의 동북아지역 사람들과 가장 유사하며 멀리 스위스 북부나 북알프스 지방 사람과도 다소 비슷해 흥미를 끌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한국인의 머리는 앞뒤 길이가 양옆 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이 특징" 이라며 "특히 귓구멍에서 정수리까지 길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편" 이라고 말했다.

한국 남자의 경우 이 길이가 12.3㎝가량으로 서양 인의 11.4㎝에 비해 통계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 하지만 한국인의 머리가 양옆 길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다 해도 전체 두상의 크기가 큰 편은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사람 얼굴을 등고선 형태로 촬영 분석한 것이 처음" 이라며 "곧 이를 국제학회에 보고하겠다" 고 밝혔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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