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BBC 같은 공정방송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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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향후 3년간 KBS의 경영을 감시·감독할 새 이사진이 출범했다. KBS 이사회는 그제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을 이사장에 선임하는 등 임원진 구성을 마쳤다. 다음 주부터는 경영현황을 보고받고, 늦어도 다음 달 중에는 경영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KBS 경영혁신의 핵심은 공정성 회복과 경영수지 개선이다. 얼마 전 발간된 자체 경영진단 보고서는 보도와 프로그램의 공정성·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으로선 치명적인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매체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2007년 43.1%였던 신뢰도는 지난해 29.9%로 추락했다. 신임 이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영국의) BBC와 같은 공정방송을 만들겠다”고 천명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방송이 말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자성과 신뢰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소지가 많다. 새 이사진은 선진국들의 경험을 충분히 검토해 효율성을 갖춘 공정방송 감시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공정성 회복 못지않게 경영수지 개선도 중요하다. 공영방송의 목표는 흑자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동이익 구현에 있지만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KBS의 경영행태는 거꾸로 부실하고 방만했다. 2004년 이후 4년간 누적적자가 1172억원에 달하지만 임금과 복지수준은 공기업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진과 노조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담합해온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KBS 수지개선 방안의 하나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래 가지고는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서지 않는다.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전제되어야만 수신료 인상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새 이사진은 차제에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포함한 사업구조조정 계획을 KBS에 주문해야만 한다. 국민이 KBS에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질 좋은 방송뿐이다. 새 이사진을 맞은 KBS가 호흡을 맞춰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