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교육청…전산처리 잘못 교사들 엉터리 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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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23일 실시된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사 7천5백92명에 대한 전보인사에서 전산처리 오류로 인해 4백8명이 무더기로 학교 발령을 잘못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5일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해당 교사에 대해 재배치 인사를 낼 계획이나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교사들의 항의가 거셀 것으로 보여 큰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착오는 순환근무원칙에 따라 학교 및 교통여건이 좋은 '가' 급 학교에 근무했던 교사 4백8명이 여건이 다소 열악한 '나' 급 학교로 발령날 차례였으나 전산처리 오류로 인해 다시 '가' 급 학교로 이동하면서 일어났다.

이 때문에 다른 교사들이 거주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배치되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보인사 전산처리를 주관한 강남교육청이 전산처리과정에서 잘못해 인사 원칙이 깨졌다" 고 해명했다.

이처럼 교사 전보인사에서 전산처리 오류로 혼란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교육청은 교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날 11개 지역교육청 교육장 회의를 열어 교원 인사를 다시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교육청의 조사 결과 강남교육청은 같은 학교에서 4년 근무한 교사로부터 전보신청서를 받아 전산입력하는 과정에서 4백8명의 학교 등급을 잘못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4년 동안 가급 학교에 근무했던 이들은 다시 4년간 혜택을 보게 된 반면 나급 학교에 8년째 근무하다 가급학교로 이동할 차례였던 같은 수의 교사들은 이들로 인해 다시 여건이 열악한 학교를 다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또 직접 피해를 본 교사들로 인해 원거리로 발령난 또다른 교사들도 상당수여서 혼란이 파급되고 있다.

교사인사원칙은 가급 학교에 4년 근무한 교사는 나급, 나급에서 8년 근무한 교사는 가급으로 순환근무시키며 거주지에서 되도록 가깝게 발령내되 다소 멀어지더라도 교통여건을 감안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배치하는 것이다.

서울송파구거여동에 거주하며 강동구 관내 나급 학교에서 8년간 근무했던 林모 (49.여) 교사는 "지하철.버스를 타고도 1시간30분이 걸리는 서울북부지역 학교에 배치됐다" 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인사원칙에서 어긋난 4백8명은 교사가 공석인 학교로 배치하고 이들이 빠진 자리는 신규교사로 메울 방침"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보 인사를 다시 하는 과정에서 일단 발령난 4백8명 교사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이같은 잘못된 인사로 원거리 배정을 받은 교사들의 불만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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