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종합금융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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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래에셋이 SK생명을 살 수 있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SK그룹 채권단 관계자는 3일 "미래에셋이 2일 SK생명의 대주주인 SK네트웍스와 SK생명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2~3주 동안 SK생명에 대해 실사한 뒤 가격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을 하게 된다. 채권단은 6월 말까지는 매각 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캐피탈 등 계열사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통해 1500억~2000억원의 가격으로 SK생명을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SK생명 인수를 포기한 메트라이프가 제시한 가격(22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 이전에 인원 감축을 요구했던 메트라이프에 비해 미래에셋은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했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사고.사망 등 불상사를 거론하며 상품을 팔아야 하는 보험사 직원의 영업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인원 감축을 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미래에셋은 건물 매각과 보유 현금을 활용해 인수 자금을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SK생명 인수가 확정되면 미래에셋은 종합금융그룹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현재 미래에셋은 1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나 투자 기간이 길어야 3~5년이어서 저평가 우량기업에 장기 투자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래에셋은 앞으로 만기가 10년 이상인 자금이 주로 유입되는 보험사를 통해 본격적인 장기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또 미래에셋이 보험사를 판매 창구로 삼고, 미래에셋투신.자산운용을 활용하면 외국사가 선점한 변액보험 시장에서도 적잖은 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지점망이 적었던 미래에셋증권의 판매망을 확충하는 효과도 있다. 업계는 미래에셋이 올해 말 도입되는 기업 연금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보험사 인수 효과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훈.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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