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행장 후보 선출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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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환은행장 후보는 외부인사가 될 것이란 안팎의 예상을 깨고 내부인사인 이갑현 (李甲鉉) 상무가 후보로 선출됐다.

그것도 오호근 (吳浩根) 기업구조조정위원장, 심훈 (沈勳) 한국은행 부총재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전무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행장 후보가 됐다.

홍세표 (洪世杓) 행장이 물러날 때만 해도 李상무가 행장 후보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뜻밖의 소문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정부와 정치권이 호남출신의 전직 행장을 외환은행장으로 내세울 것이란 말이 나돌면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잘못 입김을 넣었다가 비난의 화살만 맞지 않을까 겁을 내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洪전행장의 지원사격도 있었다.

98년 초 코메르츠은행의 출자를 이끌어내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의 체면을 세워준 공로가 있으면서도 정부 입장을 고려해 임기 중에 퇴진한 洪전행장이 내부승진을 금감위에 부탁했던 것. 여기다 코메르츠도 내부승진을 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자 李상무의 입지가 크게 높아졌다.

쉽게 결론이 나리라던 행장추천위원회도 23일 2시간여 격론을 벌이다 24일 다시 열었다.

결국 1차 투표에서 吳위원장이 일찌감치 탈락했고 李상무와 沈부총재가 경합을 벌인 2차 투표에서 李상무가 9표중 8표를 얻어 후보로 추천됐다.

한편으론 외환은행의 경우 洪전행장이 비상임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의장을 맡게 돼 있어 이사회의장의 영향력이 다른 은행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가에선 당분간 洪전행장의 '수렴청정 (垂簾聽政)' 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경민.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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