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토론 참가 보통여고생…교육개혁 '체감苦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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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02년부터 대부분 대학이 무시험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다고 하지만 지난 겨울방학에도 서울 강남의 유명학원엔 과목당 20만~50만원짜리 강의를 듣기 위해 중3 학생들이 줄을 섰습니다. "

서울 정신여고 2학년 이성애 (李聖愛.18) 양은 24일 오후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공동대표 金貴植)가 서울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개최하는 '김대중정부 교육개혁 1년 평가토론회' 에 학생 대표로 나선다.

교육개혁연대는 참여연대.경실련.참교육 전국학부모회의 등 교육개혁을 지향하는 17개 교육.시민단체들의 연합체. 李양은 지난달 역사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제5회 전국 논술토론대회에서 한국청소년개발원장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돼 이날 토론회에 참가하게 됐다.

송병순 (宋柄淳) 영남대 교수 등 전문가들에 이어 세번째 발제자로 나설 李양의 주제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학교교육의 변화' .새 정부가 지난 1년동안 시행한 각종 교육개혁 정책과 그에 따른 교육현장의 변화상을 느낀 그대로 털어놓을 예정이다.

李양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사교육비 문제.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 고액과외사건 이후에도 일부 학원의 고액과외 양상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李양은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하지만 '학교공부로 충분하니 수업만 열심히 듣도록 하라' 고 말하는 선생님은 없다" 며 "선생님들이 '부족한 부분은 학원에서 보충하라' 고 말하는 게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과외근절은 요원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무시험전형을 골간으로 하는 대학입시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李양은 할 말이 많다.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 모두가 입시제도를 불신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언제 어떻게 바뀔줄 아느냐' 는 거죠. 영어.수학 고액과외가 절대 안 없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

각종 교육개혁 정책입안 과정에서 학생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점도 李양은 불만이다.

"최근 체벌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어요. 교사폭력.학생인권침해 우려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데 학생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요. 다른 교육정책도 마찬가지고요. "

소위 '왕따' 'X후배' 등의 문제에 대해 李양은 "방송이 이를 진지한 성찰없이 코미디프로의 소재로 삼는 등 희화화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고 비판했다.

논술.독후감 등 학습과제와 평가방식이 다양해진 점을 가장 바람직한 변화로 꼽은 李양은 "만약 교육부장관을 만난다면 각종 학생 자치활동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특히 건의하고 싶다" 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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