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력 양성 직업학교 '정부지원금 절반은 착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로부터 기능인력 양성을 위탁받아 올해에만 5백49억원의 지원금을 받게 될 민간 직업전문학교 (인정직업훈련원) 들의 운영비리가 심각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본지 기획취재팀이 3D업종 기능인력 양성을 위탁받은 부산지역 직업학교들을 취재한 결과 일부 학교들이 지방노동사무소와 유착, 학생 사오기.출석부 조작.교사임금 착복 등의 방식으로 지원금을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우수 직업교육기관으로 선 정돼 노동부장관 표창까지 받은 부산연제구거제동 거양직업학교는 인근 D공고.D실고로부터 1백10여명을 '사오는' 방식으로 학생을 동원, 정원 2백20여명의 정부위탁 공유압과정 3개반을 만들었다.

이 학교는 위탁과정의 실제 출석률이 평균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도 노동부에는 90% 이상 출석한 것으로 허위보고해 교육받지 않은 학생들의 훈련비까지 타냈다.

부산시사하구괴정동 삼성직업학교도 D공고 학생들을 동원하고 있었으며, 일단 연필로 출석부를 작성한 뒤 노동부에 보고할 때는 완전히 새로 만드는 수법으로 출석률을 부풀렸다.

이외에도 부산직업학교는 H고등공업기술학교의 학생들을, 동해직업학교는 P실고와 D공고생들을 동원하고 있었다.

직업학교들이 학생을 빌려오고 허위출석부를 작성하는 것은 정부위탁과정의 경우 교육비.식비를 포함, 과정에 따라 학생 1인당 월 20만~5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도록 돼있는 노동부 규정을 악용해 돈을 더 타내기 위해서다.

실업고 학생들은 "학교와 직업학교를 동시에 다닐수 있게 선생들이 편의를 봐주는 데다 1년만 이름을 걸어 놓으면 기능사보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설득에 등록했다" 고 말했다.

직업학교 교사들은 "학생동원 과정에서 학교측과 학원 사이에 금품이 오가 사실상 학생들을 사들이는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직업학교 모교사는 "학생을 보내준 대신 다른 명목으로 이들 실업고에 매달 1백만원 정도씩을 준다" 고 말했다.

교사들은 또 "지방노동사무소가 감사일정을 사전에 알려주거나 위.탈법 사실을 묵인, 노동사무소와 학원의 유착이 심각하다" 고 지적했다.

"일정을 미리 알기 때문에 서류를 다시 작성하거나 정원수를 편법으로 채우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없이 대응해 왔다" 는 것. 이밖에도 몇몇 직업학교는 이사장이 일부 교사들에게 월급 이중계약을 강요, 통장에 입금한 월급 중 30만~50만원씩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삼성직업학교 모교사는 "월급 1백50만원이 통장에 입금되면 30만원을 현금으로 찾아 학교측에 줬다" 고 말했다.

직업학교 관계자들은 "실직자직업훈련비.정부위탁훈련비를 포함해 학원당 지원되는 20억~30억원 중 절반 가까이가 빼돌려질 것" 이라고 추산했다.

노동부 정부위탁훈련 관리규정 16조는 출석률 조작이나 훈련비 허위집행의 경우 인가취소 및 사법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쓸 수도 없는 자격증도 양산되고 있다.

한 직업학교 B교사는 "밭떼기하듯 동원된 학생들은 학교수업외의 강의를 들으려다 보니 의욕과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직업학교에서 자동차 정비 1년과정을 마친 뒤 3급 기능사보 자격증을 따지만 고용주들이 이런 실태를 알고 있어 카센터 취직도 힘들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원 관계자는 "허위 출석부 작성.학생 사오기.금품제공.교사임금 착복 등의 부정을 저지른 일이 없다" 고 일제히 부인. 부산지방 노동사무소도 "감사일정 사전통보 등은 사실이 아니다" 면서 "다만 인력부족으로 감사가 철저히 진행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안성규.정철근.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