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매각 안팎]은행 구조조정 마침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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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콩상하이은행 (HSBC) 이 서울은행의 새 주인이 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지구촌 전역을 커버하는 영업망 구축을 추진중인 HSBC측은 동아시아의 영업기지로 한국을 선택, 지난해 말 제일은행 매각 때부터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을 미국계 투자은행인 뉴브리지에 넘긴 정부로서도 서울은행만큼은 유럽계 상업은행인 HSBC측에 넘기게 되길 내심 바라왔다.

뉴브리지는 단기투자를 하는 회사로 가급적 이른 시간 내에 제일은행을 비싼 값에 팔고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HSBC는 전략기지로 한국을 택한 만큼 한국에 뿌리를 내리는 영업전략을 구사할 것이고 국내 금융기관과의 경쟁을 통해 선진 금융기법을 전파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수기관의 차이는 서울.제일은행의 매각조건 차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부가 부실자산을 떠안고 깨끗한 은행을 만들어 넘겨주되 정부의 출자금은 주식을 되팔아 찾아온다는 점에서 서울은행 매각조건의 기본골격은 제일은행과 비슷하다.

그러나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의 부실자산을 가급적 많이, 오랜 기간 (2년) 정부에 떠넘긴 데 비해 HSBC측은 이를 1년으로 한정했다.

대신 뉴브리지 (51%) 보다 훨씬 많은 지분 (70%) 을 요구했다.

한국에서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가능한 한 서울은행의 자산을 많이 떠안고 가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규모도 제일은행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여신 인수도 마찬가지다.

뉴브리지는 워크아웃 기업의 여신은 인수하지 않고 5대 그룹 여신도 최대한 적게 인수한다는 입장이다.

2년내 보유지분을 제3자에게 팔고 떠나려면 몸집이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HSBC는 아주 부실한 자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인원.점포도 가급적 현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결국 추가 손실보전과 부실채권 인수에 들어가는 공적자금은 HSBC측이 훨씬 적을 전망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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