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엔低…주목해야할 '일본發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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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주 일어났던 가장 큰 이슈는 엔화가치의 하락이었다. 달러나 유로에 비해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고는 해도 어쨌든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주요통화의 하나인 일본 엔의 가치하락은 그 파장이 광범위하기 마련이다.

지난 주 국내 주가가 급락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엔화하락이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였다. 많은 국내기업들이 올해 환율을 1달러 = 1백15엔, 또 100엔 = 1천원선을 상정해 놓은 상황에서 달러.엔환율이 1대 1백20엔을 넘어서고 엔.원 환율은 100엔대 1천원선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기업에 있어 새로운 부담을 의미한다.

특히 전체 상품수출의 거의 절반 가까운 부문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엔화 가치의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엔화의 가치하락 - 급락은 아닐지라도 - 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단선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최근 엔저는 일본 정부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플레를 용인하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돌아섰고 그에 따라 엔화에 대한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엔화가치의 변동은 일본과 긴밀한 경제적 고리로 엮여있는 동남.동북아시아의 통화가치 - 나아가 그 여파로 주가에도 - 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한 파장 중 우리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주하는 것이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다.

물론 현재로서는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일본이 펴고있는 금리정책도 수년째 재할금리가 0.5%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선 한계가 있고 중국도 1달러 = 1백40~1백50원 수준의 엔저가 상당기간 지속되지 않는 한 위안화의 평가절하라는, 자칫 공멸 (共滅) 의 부담마저 있는 처방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든 그 영향은 국내경제에 폭넓게 미칠 것이란 점에서 앞으로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에 지켜봐야 할 또 다른 현안으로는 현대의 LG반도체 합병과 대우전자.삼성자동차의 빅딜, 그리고 서울은행의 매각 등이 있겠다. 이 중 현대.LG 합병은 이달안에 어떻게든 결론이 나게 되어있다. 가격산정에 대한 자율합의 기한이 지나갔고 따라서 이미 합의한대로 제3의 평가기구가 내린 결론에 무조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제재를 감수하고 따르지 않는 방법도 없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이는 무리다. 대우.삼성간의 빅딜도 이달안에는 어떤 모양이든 큰 그림은 그려질 것 같다.

수다한 쟁점이 상존해 있음에도, 이를 어떻게든 성사시켜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홍콩상하이은행 (HSBC) 과의 막바지 협상이 진행중인 서울은행 매각, 이번 주 중반부터 잇따라 열릴 은행들의 주주총회도 관심거리다.

박태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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