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입장 바꿔 생각해보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右)가 13일 대표 취임 축하 인사차 당사를 방문한 리빈 주한 중국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3일 리빈(李濱)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강하게 따졌다. 리 대사가 인사차 방문한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다. 박 대표는 리 대사와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우리 유행가 가사 중 '입장 바꿔 생각해 봐'란 것이 있다. 당나라가 한반도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면 (중국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했다.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앞으로 질질 끌수록 (한국)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점점 커지고, 그러면 두 나라는 같이 갈 수 없다"고도 했다. 박 대표가 이처럼 강한 어조로 중국을 비판하자 리 대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 대표=앞으로 중국과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상호 보완하면서 협력할 일이 많다. 그런데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보면 이미 끝난 과거로 인해 두 나라가 손을 잡고 나가는 데 장애가 되지 않겠나 걱정이다. 우리 국민의 역사가 뿌리 밑동부터 잘려 나가는 상황에서 교류가 가능할지 우려된다. 대사는 한반도 전문가가 아닌가. 이런 일은 중지돼야 한다.

▶리 대사=지난 10여년간 양국 정부와 사회 각계의 노력으로 한.중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눈부신 성과를 달성했다. 중국 외교는 선린관계를 아주 중요시한다. 대표가 말한 고구려사 문제는 중국에서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역사문제는 현실화하지 말고, 학술문제는 정치화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냉정하게 양국 학자 간에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해결했으면 한다.

▶박 대표=그간 학술적으로 해결하자고 해 왔지만 해결된 것이 없다. 중국 외교부 사이트에서 한국 역사가 광복 전까지 몽땅 없어지는 일이 있었고,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협력으로 나가다 뒤통수 맞은 (우리) 국민의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봐라.

▶리 대사=중국에서 쓰는 추퉁춘이(求同存異)란 말처럼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은 놔두기로 한 것이다. 놔두지만 그것이 해결은 아니다. 앞으로 양국 학자 간 교류를 통해 적절하게 해결하도록 쌍방이 노력해야 한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