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좌파의 덫에 빠진 한국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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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 정부의 이념 노선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비판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경제학회 학술토론회에서는 "참여정부는 좌파 정권이고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려 있다" "참여정부의 혁신주도형 성장론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한국 경제는 평등주의의 덫에 걸려 있다"고 비난했다.

왜 경제학자들이 이념문제를 따지고 나섰을까.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정책의 좌우는 있을 수 있다. 분배와 평등을 강조하는 쪽과 성장과 효율을 강조하는 나라가 있다. 그 선택은 각 나라의 몫이다. 지금 경제학자들이 이 정부를 비판하는 요체는 우리 경제발전단계에서 유럽식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를 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경제에서 성장도 하고 분배도 하는 두 마리 토끼 잡는 식은 어렵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비중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우리 같은 1만달러 소득단계에서 좌파적 정책을 취하다 실패한 나라가 남미의 나라들이다. 그런 점에서 어느 단계까지는 일단 파이를 키우고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 증거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왜 우리 경제가 이 정부 들어 이렇게 곤두박질하는가. 왜 돈은 많은데 기업가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가. 왜 기업인들은 외국으로만 나가려 하는가. 바로 경제학자들의 주장처럼 이 정부가 좌파적 정책을 밀고 가는 데 따른 불안 때문이다. 개인의 기업과 재산이 안전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있는데 누가 투자를 하며 돈을 쓰려 하겠는가.

청와대정책기획위원장 등 핵심 인사들은 "우리가 왜 사회주의냐"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해묵은 이상론에 사로 잡혀 나라와 국민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효율보다 형평을, 성장보다 분배를 앞세우다간 세계화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경제학자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의 주장을 '보수 세력의 음모'로 적대시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