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의 실리콘밸리는 우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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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의 실리콘밸리' 를 놓고 정보통신부.서울시와 ㈜미디어밸리.인천시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정통부와 서울시가 최근 서울 서초동 등을 중심으로 한 '서울 소프트밸리' 의 육성에 적극 나서자 지난 96년부터 '미디어밸리' (인천 송도) 사업을 추진해 온 인천시와 삼보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업계가 이에 맞서 수성 (守城) 을 선언한 것.

특히 정보통신업계에 영향력이 큰 남궁석 (南宮晳) 정통부 장관과 이용태 (李龍兌) 미디어밸리추진위 위원장 (삼보 명예회장) 이 각각 서울.인천 밸리를 지원하고 나서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발단은 南宮장관이 지난달 말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서울 소프트밸리 사업' 을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인적 자원과 교통.정보통신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서울 서초동이나 포이동에 소프트밸리를 만들겠다" 며 서울밸리 육성계획을 공식 선언한 것. 정통부는 이에 따라 단지조성.창업절차 간소화.세제혜택.부대시설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협의중이다.

특히 서울밸리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갖춰져 통신 속도.품질이 크게 좋아지고 위성인터넷 등 차세대 첨단 통신서비스도 우선적으로 지원된다. 하반기에 단계적으로 투자에 들어가는 등 사업진척도 빠르다.

이같은 정통부의 움직임에 대해 인천밸리 사업주체인 미디어밸리 (회장 金基桓) 와 인천시는 바짝 긴장한 모습. 미디어밸리는 98년 송도 신도시지역 1백만평에 대한 기반조성 공사를 끝내고 입주업체를 모으고 있으나 경제위기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디어밸리 측은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각종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로비전을 펴는 한편 李위원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전경련 등 재계의 후원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밸리 측의 공세가 거세지자 정통부는 "두 밸리의 성격이 다르다" 며 한발짝 비켜선 자세.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서다.

정통부 관계자는 "인천밸리는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 업체와 연구기관까지 함께 들어가는 반면 서울밸리는 소프트웨어 업체만을 대상으로 한다" 며 차별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업체들끼리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하는 정보통신산업의 특성상 모든 정보의 중심인 서울이 인천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어 미디어밸리측으로서는 서울밸리의 존재가 눈에 거슬리는 게 사실. 업계에서도 주무부처인 정통부의 지원과 지역적인 이점을 갖고 있는 서울밸리 쪽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미디어밸리 관계자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여러 가지 지원이 뒤따르는 서울밸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지만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인천밸리를 대표적인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우겠다" 며 결의를 다졌다.

한편 정보통신업체인 핸디소프트 관계자는 "서로 다투는 것보다 인천밸리가 해외거래에 있어 입지조건이 좋은 강점을 살려 경인지역 기업과 외국 업체를 대상으로 유치전략을 펴는 등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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