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아이 돌보기] 주의력 결핍도 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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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산스럽고 소지품을 잘 잃어버리고 말도 잘 안 듣는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많다. 이럴 때 염려되는 것이 치료가 필요한 주의력결핍 - 과잉행동장애 여부. 의료계에서는 통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또래의 4~5%로 보고 있다.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에 비해 3~4배 많다. 따라서 부산하다고 해도 병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 (鄭有淑) 교수는 "무척 활동적이고 부산한 아이라고 해도 병이 아닌 아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해내고 친구와 관계에도 문제가 없다" 며 "이런 아이에게는 운동처럼 활동적인 일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시키면 부산함이 줄어든다" 고 들려준다.

문제는 병일 경우. 서울대의대 소아정신과 조수철 (曺洙哲) 교수는 "유치원 입학 후 유달리 혼자서 딴 짓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왔다갔다 하는 아이, 식사때 늘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고 주의가 산만한 아이는 일단 집중력검사와 지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고 조언한다. 집중력 감소와 충동적 행동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면 병이라는 것.

대개 7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므로 확률적으로 한 반에 한 두 명은 이런 아이가 있게 마련이다. 과제가 많아지고 규율이 더 엄격해지는데다 단체생활을 1년 이상 한 초등학교 2학년 이후엔 이런 아이들이 명확히 눈에 띈다.

뭘 하는지 늘 바쁘고 어떤 문제건 끝까지 붙잡고 늘어져서 해결하는 일이 없다. 준비물을 빠뜨리거나 소지품을 잃어 버리기 일쑤고 짝을 늘 치근거리며 못살게 군다. 지능이 좋아 집중을 못하는 탓에 학업성적도 나쁘고 친구들로부터도 따돌림 받는다.

曺교수는 "치료시기가 빠를수록 좋다" 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에 비해 실제 치료를 받는 아이들 숫자가 지극히 적은 것은 보호자.교사가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탓" 을 분석한다.

주의력 결핍 - 과잉행동장애는 청소년기를 지나 성년에 접어 들면서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직장을 자주 옮기거나 이사를 자주하고 차 사고를 자주 일으키는 등 주의력 결핍의 증상을 보이는 이는 발병자의 10~20%정도로 추정된다.

주의력 결핍이 일어나는 것은 뇌에 집중력을 담당하는 부위 장애 때문일 것으로 의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대부분 주의력 결핍 - 과잉행동장애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미루어 뇌가 성숙하면서 수초화 되는 과정에서 생리적 이상이 좋아질 것으로 해석한다.

치료는 행동치료와 리탈린 (정신자극제) 같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曺교수는 "2~3개월부터 효과를 보기시작해 반년이 지나면 눈에 띄게 학교생활과 교우관계가 개선된다" 고 들려준다.

약물치료는 대개 1년 정도. 5명 중 4명 꼴로 효과를 본다. 치료시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와 교사의 인내심. 집중을 못하고 부산해 보이는 아이 중 우울증.불안증 등 다른 정신과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황세희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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