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중임제” “시기 아니다” … 개헌 속내 복잡한 차기 주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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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자문위원회가 1년여 동안 세계 각국의 헌법과 권력구조를 연구한 결과를 국회에 제출한 만큼 여야 각 정당은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 대변인은 “국회의장은 개인적으로 의원내각제 소신을 갖고 있지만 자문위의 연구 과정에 어떤 개입도 않고 독립적으로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자문위의 개헌안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정치권에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만큼 정기국회 기간 중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개헌은 사실상 대통령이 진두지휘하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밀어붙이는 형국”이라며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차기 권력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여야 주요 정치인의 속내는 보다 복잡하다. 다수가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근 인터넷언론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당론은 4년 중임제”라면서 “의회의 권능을 키우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것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대주주 격인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5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이전부터 두 가지(4년 중임제+대선·총선 동시 실시)는 찬성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현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중장기적인 국가정책을 시행하는 데 한계가 있고 조기 레임덕 등의 폐해도 있어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1998년 이래 박 전 대표의 오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헌은 특정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대선 당시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지만 현재는 입장을 밝힐 위치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 측도 “기본적으로 미국식의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에 찬성하지만 지금은 국민의 객관적인 정서가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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